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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로부터 본 근현대 일본
동남아시아로부터 본 근현대 일본
  • 김재호
  • 승인 2023.07.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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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 겐이치 지음 | 라경수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 408쪽

일본의 ‘북진’과 ‘남진’ 정책을 둘러싼 반응은 상당히 대조성을 띠게 된다. 즉, ‘북진’의 대상국들은 일본에 격한 반항이 있었던 반면, ‘남진’의 대상국들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항이 약했다고 하는 대조적인 담론이지배적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해 ‘잘못했다’는 사죄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반면, 동남아시아에 대해서는 ‘그리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하는 인식이 강하다고하는 상호 대칭성을 이룬다.

심지어 근래 들어서는 일본인들 사이에 ‘북진’ 대상이었던 한국과 중국에 대한 과거의 가해 의식이 급속도로 약해지고 오히려 혐한이나 반중 정서가 강해지고 있으며, ‘남진’ 대상이었던 동남아시아에 대해서는 일본의 점령 통치가 구미 식민지로부터의 ‘해방’과 ‘독립’에 공헌했다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역사수정주의’적인 발상 그 자체이다. 동남아시아도 전후 일본의 경제적 원조를 의식한 나머지, 일본에 의한 과거의 지배와 전쟁은 언급하지 않고 일본과의 ‘미래 지향’만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이 책은 이러한 일본인들의 이중적인 역사 인식이 과연 어떠한 배경과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일정한 ‘답’을 저자 나름대로 면밀히 분석해 제시한 글이다.

제1부는 청일전쟁 전후기부터, 대對동남아시아 군정부터 패전을 거쳐 동남아시아 각국의 탈식민지화·독립을 통해 새로운 지역 질서를 구축하기에 이르기까지의 약 60년 동안의 역사 과정을 다룬다.

제2부는 전시기戰時期에 일본의 외교관·육해군 무관·잔류 일본병이라는 중층적인 인도네시아 체험을 통해, 일본 및 일본인이 가졌던 인도네시아 독립 혁명의 의의와 진실을 그린다.

제3부는 1930년대부터 전시기에 걸친 민간 여론이나 지식인들의 아시아주의 담론 및 전후 50년을 거쳐 돌연 부상한 ‘해방전쟁’ 사관·‘자위自衛전쟁’ 사관·‘독립공헌’ 사관을 둘러싼 배외주의적인 내셔널리즘 담론을 탐구하고, 언론공간에서의 일본인의 동남아시아상像을 밝힌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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