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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디지털 영화의 현재와 미래
[문화비평] 디지털 영화의 현재와 미래
  • 김소영 한예종
  • 승인 2001.08.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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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4 10:19:26

근대가 낳은 최고의 연금술 중의 하나는 필름이다. 빛과 소리의 떨림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플라톤의 동굴을 근대성의 성좌에 펼쳐놓은 영화라는 물질은 그러나 이제 디지털 비트의 추격을 당하고 있다.

세계영화의 주변부 덴마크에서 시작된 영화순결 선언에 해당하는 ‘도그마 선언’은 영화청년들에게 16밀리나 8밀리 비디오카메라 대신 소니 VX1000, 캐논액셀1과 같은 미니 디지털비디오(DV)의 구입을 서두르게 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소개된 ‘셀레브레이션’이나 ‘백치들’과 같은 미니 DV로 제작된 작품들이 세계적인 배급망을 타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일체의 인공조명이나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 카메라의 특성을 이용해 촬영시 활용 가능한 빛과 음향만을 사용한 위 영화들은 돈 없고 재능 있는 영화청년들에게 저예산 작업의 가능성을 시사해 주었다. 그래서 도그마 선언은 프랑스나 캐나다, 중국 등으로 급속히 확산돼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래머를 맡으며 확인한 바에 의하면, 바로 위와 같은 미니 DV로 촬영된 픽션과 다큐멘타리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저예산과 소규모 스탭으로 작업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실제로 정치적이고 실험적인 성향이 두드러졌다. 인종문제를 도발적 미학으로 제기하는 영국의 흑인 감독 존 아콤프라나 미술과의 접경 지대에서 디지털 무빙이미지를 만드는 미국의 독립영화 감독 존 조스트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디지털로 촬영하고 편집되지만 필름으로 전환시켜 기존의 극장 공간이나 TV에서 상영된다는 의미에서 유통의 측면에서 보자면 절충된 형식의 디지털 필름이다. 말하자면 헌 부대에 담기는 새 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 새 술의 화학작용이 워낙 강력해 헌 부대에 사정없이 구멍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영상문화의 향방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새물결이 몰려오는 곳은 기존 극장이 아니라 월드와이드웹이라고 일컫는 공간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시청각 작품들이다.

www.bitscreen. com이나 www.atomfilms.com과 같은 사이트에선 이미 스트리밍 시네마라고 범주화된 웹상의 동영상, 음향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독립영화들만이 아니라 웹 캐스팅과 헐리우드 소식 그리고 스포츠까지 동시에 다루는 사이트인 bitscreen은 이 분야에선 가장 주도적인 곳이다. 또한 영국의 onedotzero4 페스티발과 베를린의 베타버전 페스티발 그리고 오스트리아 아스 일렉트로니카 같은 곳은 디지털 작품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상영하는 새로운 형식의 축제다. 지난 8월 국내에서도 야심찬 서울 네트 페스티발이 열렸다. 또 ‘영호프의 하루’ 라는 인터넷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 www.nimf.neotiming.com에서 유사한 작품들을 상영하고 있다.

물론 문제도 많이 있다. 우선 신기술의 새로움만으로 사람을 혹해 보려는 작품들이 상당수 생산되고 있다. 새 부대에 담긴 비트 허접쓰레기라고 일컬을 만한. ‘인터랙티브’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무엇을 위한 상호작용성인가를 의심케 하는 작품도 많이 있다. 그리고 빈번히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초고속망과 고가의 컴퓨터 사양을 구비해야만 볼 수 있는 동영상 작품들이 많아 계층간 수혜의 불균등을 확대재생산 하기도 한다.

또다른 문제는 위와 같은 사이트에 등재한다고 해도 작품을 재생산 할 수 있는 작가의 최소한의 수입도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작품의 저작권만 침해당하는 상황도 생긴다는 것이다. 전세계로 연결된 웹의 편리함과 신속함을 즐기지만, 동시에 이리 저리로 링크되는 사이트들을 보면 보르헤스의 소설 ‘반역자와 영웅의 주제’를 영화화한 베르톨루치의 1970년작 ‘거미의 계략’이 생각나기도 한다. 말하자면 진실을 찾아 마을로 들어간 청년 마냐니가 발견하게 되는 미로의 음모처럼, 전 세계의 순진한 꿀벌과 일개미들이 구축해놓은 웹 세계, 그 수많은 사이트 중 백미들을 독거미 같은 초국적 자본이 어느 날 인수 합병한다면? 그러나 디지털로 인해 이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는 협박을 받는 영화가 지난 1세기를 통해 전해주는 것이 있다. 다양한 교육을 통해 비판적인 창조자와 관객이 생산되는 한 독립영화, 실험영화의 전멸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동굴을 떠나 독거미 집에 거주하게 된 관객 여러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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