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2:50 (목)
강아지풀에서 코뿔소 뿔까지
강아지풀에서 코뿔소 뿔까지
  • 김재호
  • 승인 2023.06.06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원 외 4인 지음 | 책과함께 | 408쪽

근대주의·중화주의·민족주의 담론을 넘어 들여다보는
몸·물질·세계에 대한 중세 동아시아인의 관념과 사유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떤 병을 앓았고,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들은 몸과 병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떻게 하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현존 유일의 고려 의서인 『향약구급방』은 의료 자원이 부족한 향촌에 사는 사람들이 긴급한 상황이나 일상적인 병증에 대처할 수 있도록,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약물과 치료법을 편람식으로 담은 의료 지침서다.

등장하는 상황과 병증은 대체로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병을 인식하고 치료하는 법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매우 낯설다. 하지만 이를 전근대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당대 사람들이 그 병을 어떻게 이해했고 왜 그렇게 치료하려고 했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강아지풀에서 코뿔소 뿔까지』는 한국 과학사와 한의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향약구급방』을 쉽게 이해하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도록 풀어낸 해설서다. 각 처방의 의도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향약구급방』의 각 구절에 대한 문헌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적절한 풀이를 얻기 위해 열띤 논쟁을 벌인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고려 사람들과 중세 동아시아인의 사유 양식, 즉 세계와 몸은 무엇으로 구성되었으며 상호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그들의 관념을 근대의 담장을 넘어 열린 지평에서 읽어내고자 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