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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에 착안
'변하지 않는 것'에 착안
  • 임정덕 부산대
  • 승인 2006.09.1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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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덕/부산대·경제학
나는 한국의 지난 50년 변화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배우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였다. 60년대 한국의 대학수업은 자유분방하였으나 충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70년대 중반 미국대학원에서는 한국의 반대현상을 경험하였다. 80년대 초반은 미국대학에서 가르쳤고 중반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대학에서 가르치며 냉온탕을 오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한 지난 22년 동안에 강의실, 시설, 교과서 교과과정 등이 끊임없이 바뀌고 개선되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공부방법이 바뀌었고 영어 수업 등 새로운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 졌는데 별로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나 과목보다는 학점을 찾아서 몰려다니는 등의 학생들의 태도 문제가 변함이 없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탈락할 수 밖에 없는 경쟁적 분위기가 정착되지 않았다거나 취업사정이 무조건 좋은 학점을 강요하는 제도적 요인이 지속되는 등 내외적 문제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은 현실과 가장 밀접한 학문인데 오랫동안 현실과 괴리된 위치를 차지한 때도 있다. 예를 들면 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교실에서는 경제학 과목 학점만 따고 이념서적 등으로 경제를 따로 공부하는 이중적 구조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위에서 적어본 여러 여건 하에서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 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 현상을 이해하고, 수준이나 단계에 따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강의 목표를 정하고 훈련방법을 고안하였다.

첫째, 쉽게 잘 쓰여진 교과서가 많으므로 미리 공부해 오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해가 안되는 점을 미리 물어보게 하거나 개별적인 질문을 통해 예습 여부를 점검하였다. 교과서 연습문제를 골라서 숙제로 내주고 선택적으로 채점(한 문제만)해서 복습도 반드시 하도록 하였다.
둘째, 경제학의 살아있는 예나 응용 케이스는 신문에 있으므로 매일 경제 신문을 읽도록 하였다. 수업시간 첫 5분에서 10분간은 그날의 경제 기사를 무작위적으로 물었는데 당일의 교과내용에 그대로 응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수강소감에서 상당수의 학생들이 이 때문에 신문을 읽게 되었고 앞으로 계속 읽겠다는 각오를 피력하였다.
셋째, 대형 강의실이 아닌 경우에는 매시간 일정한 자리에 앉도록해서 좌석도를 만들어 출석 부르는 시간을 단축하고 수시 질문자의 지명과 대답을 기록하는 근거로 삼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다. 지난 학기에 내가 가르친 학생의 반 이상은 만나면 바로 이름을 부를 수 있다. 좌석도 덕분이다. 학점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도 거의 없다.

4학년 수업 중 2학기 과목은 그룹 발표 방식으로 진행한다. 학기 초에 강의 및 토론으로 한국경제의 주요과제 제목을 도출하고 조를 편성하게 한 후 차례를 정하여 발표하게 한다. 파워포인트로 발표하고 참고자료가 달린 보고서를 동시에 제출한다. 조원 전원이 나누어 발표하므로 무임승차가 없도록 하고 발표 후 약 30분 동안 질문을 받게 한다. 질문도 평가점수가 높도록 고지되었으므로 인정사정은 거의 없다. 수강소감에서 날카로운 질문 때문에 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곤혹스러웠다는 표현이 많았다. 질문 및 토의 후 교수강평이 10여분간 있다. 발표, 질문, 답변의 오류, 부족한 점, 놓친 점 등을 지적해주고 기말 최종 보고서에 대한 지시도 한다. 특기할 사항은 교실전체가 당일 발표자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다. 준비, 발표 등을 항목화하여 평가하게 하는데 비교적 공정하게 한다고 판단되고 이를 실제 학점부여에 비중 있게 반영한다. 해당 학기의 발표자료 전부는 차년도 교실의 같은 제목 그룹으로 넘겨주게 되어 있어 지식과 경험 그리고 창의력을 쌓아 나가게 한다. 작년도의 한 그룹은 발표내용 중 일부를 만화로 만들어 한 적도 있다.

25년 이상 계속하는 강의지만 학기 초에는 언제나 준비가 부족 한 것 같고 학기말에는 아쉬움이 많은 경우가 지속된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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