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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동상이몽(同床異夢)
[학이사] 동상이몽(同床異夢)
  • 이보아 추계예대
  • 승인 2006.09.09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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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아/ 추계예대·박물관경영학

학부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이후, 기업의 문화재단에서 미술도서관과 박물관의 설립을 준비하며 ‘큐레이터’가 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꿈에 그리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인턴쉽을 하는 기회를 얻었다. 3개월이 넘는 Thomas J. Watson 미술도서관과 동양미술부에서의 인턴쉽 기간동안 그곳 미술관의 소장품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기억고에 축적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문헌으로만 접했던 예술작품과 유물이 놓여 있던 전시실은 그 자체가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 또한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비롯, 센트럴파크를 서쪽으로 끼고 5번가 선상에 있는 80가와 104가 사이에 늘어선, 솔로몬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모마(MOMA), 뉴욕자연사박물관 등 수십 개의 박물관이 밀집된 클러스터인 ‘뮤지엄 마일’을 끊임없이 탐사했던 것은 뉴욕에 머무는 동안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뮤지엄 마일’에서 관람 경험을 축적하면서 관람객 유입량, 관람 동기 및 행태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외국과 우리나라의 관람 문화를 비교하면서 국내 관람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접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 국내에서 주5일 근무제가 논의되면서 문화예술분야 관계자들은 국민들의 전시, 연극, 클래식 음악, 무용, 전통 문화 등에 대한 욕구와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감을 지녔었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예측과는 달리 고급문화를 지향하는 예컨대 전시, 연극, 클래식 음악, 무용, 전통 문화 등의 순수문화예술이 아닌 엔터테인먼트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대중문화나 여행과 같은 기타 문화예술분야 이외의 영역으로 소비가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뮤지엄 마일’에서 축적된 관람 경험을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박물관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대한 연구에 원동력인 동시에 풍부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의 일반 대중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박물관을 유입시키는 작업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힘겹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면서 동시에 나의 무능함을 질책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습 효과 측면에서 경험재인 박물관 관람이 유익하다는 사실은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콘텐츠적인 특성으로 인해 상징적 문화자본(문화 해득력)이나 취향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시물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거나 관람 경험이 부족한 관람객들은 전시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자유롭지 않다.

비록 학습자 중심의 그리고 체험 및 감성 학습을 위한 평생학습의 공간으로서 박물관이 관람객들이 쉽게 전시물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슨트와 같은 인적자원이나 모바일 PDA 전시안내 시스템과 같은 해석 매체를 제공함으로써 박물관의 소프트웨어와의 인터페이스 확장, 관람 체험의 편의성과 질적 극대화, 고객 중심의 마케팅 전략 수립에 주력하며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대중과 박물관의 관계는 평행선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라는 책 제목처럼, 나또한 내가 경험했던 관람 문화가 언젠가는 국내에 정착하길 이 순간에도 간절히 간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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