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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된 기술 문화는 어떻게 작동해 왔는가
편향된 기술 문화는 어떻게 작동해 왔는가
  • 최승우
  • 승인 2023.05.23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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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희 지음 | 컬처룩 | 320쪽

한국 사회는 인터넷 포르노그래피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가

포르노그래피의 확산에 인터넷의 대중화만큼 영향을 미친 일이 있을까. 포르노그래피는 인터넷이라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연결성과 개방적 성 문화를 드러내는 지표로 떠오름과 동시에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적 규제 대상으로 부상했다. 포르노물 규제를 요구하는 담론들 사이에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했다. ‘선량한 풍속과 사회 질서 유지’에서부터 ‘청소년 보호,’ 그리고 피해자 보호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점들은 서로 경합하는 모양새였다.

그중 가장 지배적인 규제 담론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무엇을 보호하고 무엇을 규제하려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오늘날 포르노그래피는 불법 촬영물, 디지털 성폭력과 구분이 어려우며, 이미 포르노물의 제작 환경 자체가 여성과 아동을 착취해 온 역사임이 드러나고 있다. 포르노그래피는 여성을 재현하는 특정 시각 문화를 고착시켜 왔을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여성 혐오적 밈과 기술화된 젠더 폭력의 양상으로 유통되어 왔다.

[편향된 기술문화는 어떻게 작동해 왔는가: 한국 포르노그래피 규제 담론의 궤적]은 기술이 매개하는 인간 경험과 문화의 관점에서 이러한 ‘독성 기술문화’가 형성되어 온 맥락과 역사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지점에 대한 통합적인 관점을 제안한다.

기술의 편향은 앞으로 닥쳐올 인공 지능, 메타버스, 딥페이크,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등 진화하는 기술의 작동 방식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뿐 아니라, 디지털 생태계에서 상품화되는 젠더 뉴스의 유통 방식과 규제 과정에 AI를 도입하는 ‘자동화 거버넌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은 미디어의 재현 연구와 미디어 생태학의 입장에서 시각성의 역사, 기술적 진화, 규제 담론이 어떻게 서로 엮여 왔는지 살펴본다. 우리의 행위와 생각, 나아가 삶을 ‘조건 짓는’ 미디어 환경에 관한 관심은 기술과 대중, 문화, 규제 등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편향성을 갖는지를 살피고 이러한 조건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 인터넷이 대중화된 1990년대 이후 포르노그래피와 관련한 규제 담론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기술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지배적 담론이 어떤 가치를 ‘보호’하고 어떤 가치는 놓치고 왔는지 살핀다. 포르노그래피라는 특정한 여성 재현 문화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여 소비하는 방식이, 인터넷 이후 어떻게 지속되어 오면서 신종의 젠더 기반 폭력으로 이어져 왔는지를 살펴본다.

포르노그래피 규제 담론을 따라가며 기술-인간-문화의 관계를 살피고, 알고리즘-거버넌스-문화의 편향성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해 보고 있는 이 책은 최근의 데이터 액티비즘 사례의 성과와 한계를 다루며 기술 시대 정의의 문제를 실현할 정책적 방안을 강구하고자 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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