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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재팬
안티-재팬
  • 최승우
  • 승인 2023.05.23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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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T. S. 칭 지음 | 유정완 옮김 | 소명출판 | 257쪽

일본의 구식민지 한국, 중국, 타이완 3국의 현대 민족주의를 분석하다

이 책 『안티-재팬』은 식민주의 폭력에 맞서고 궁극적으로 그 극복을 시도할 수 있는 초국적, 국가 내적, 그리고 세대 간의 친밀감과 관계의 형식을 검토하고자 했다. 반식민주의적, 반제국주의적, 반권위주의적 민족주의 투쟁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한국인들에게는 추정컨대 연약하고 이상주의적인 이런 접근이 직관에 반하고 비생산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한반도에는 민족 통일의 열망이 미완의 기획으로 남아있다. 그러므로, 이런 접근법이 민족의 이름으로 억압에 맞서 투쟁한 사람들의 희생과 업적을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정의의 조정자이자 정치적 화해의 담지자로서 국민국가가 갖는 한계에 대해 경보를 울리기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좀 더 큰 주장은 전후 동아시아의 반(그리고 친)일 운동과 정서는 이 역내의 실패한 탈식민화와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촉발된 지역 재구조화의 징후라는 것이다.

탈식민화가 새로운 국민의 형성과 그에 따른 새로운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정치 기획으로 이해되는 한,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그것이 바로 그 식민주의의 위계적, 권력적 구조를 고스란히 재생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해방과 평등이라는 그 기획의 약속은 국민 주권의 보호라는 이름으로 항상 연기될 것이다.

따라서 탈식민화를 국가적 기획으로 삼는 대신에, 저자의 분석을 탈식민성의 일부로 위치시키고자 했다. 이것은 아니발 퀴야노, 월터 미뇰로, 캐서린 월시 등의 학자들을 따르는 인식론적 재구성의 기획이다. 여기서 탈식민성 또는 탈식민주의적 사유의 비판적 개입에 대해 상세히 하진 않는다.

탈식민화의 실패는 과거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식민지에 주입된 지식의 구조와 주체의 형성(욕망, 신념, 기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데 부분적으로 기인한다고 말해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인식론적 재구성은 근대성의 어두운 부분인 식민주의적 지식과 논리와 결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근대성의 수사학이 부인했던 여러 가지 사유와 언어와 세계내적 존재의 방식들을 새롭게 해석하며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의 부상과 한일 관계 악화는 필경 미래의 또 다른 반일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더 평등하고, 더 포용적이며, 더 보살피고, 삶을 더 긍정하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때, 이 책이 바로 그런 다른 종류의 대화와 토론을 촉발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저자의 진정한 소망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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