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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부 1년, 쏟아지는 ‘시국선언’
윤정부 1년, 쏟아지는 ‘시국선언’
  • 신희선
  • 승인 2023.05.22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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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숙명여대 캠퍼스에도 현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곳곳에 붙어 있다. 총학생회와 단대 학생회 이름의 대자보는 “대한민국 대통령실의 ‘대통령’은 누구를 대표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검찰권력을 앞세운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중단하고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공정과 상식, 상생과 평화의 국정운영을 요구하는” 교수자 일동은 “윤 대통령의 망국 외교와 폭력적 정부 운영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시국성명서”를 게시판에 내걸었다. 윤정부 출범 1년, 대학가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시국선언으로 시작되었다. 민주주의가 빈번하게 시험을 받던 시대, 시국선언은 권력의 전횡에 대한 저항이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애끓는 호소였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각종 시국선언은 윤정부의 ‘굴욕외교’로 촉발되어 노조탄압, 이태원 참사, 검찰에 의한 공안통치 등을 비판하며, 국정운영 전반에 걸친 규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민주·민생·평화·미래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한다. 국민이 없는 ‘국민의 힘’ 정부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황폐화되고, 현재 한국은 자본가와 정치인·관료·엘리트·기득권 언론이 각자 이익을 추구하는 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누구나 평등한 한 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음만 의미하진 않는다. 민주정치의 본질은 사회적 약자도 예외 없이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누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노조활동이 ‘건폭’으로 낙인찍혀 노동자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급기야 ‘노동절’에 노동자가 분신했다. 윤정부가 내세운 노동개혁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튼튼한 안보, 탄탄한 경제’를 만든 1년이었다는 자화자찬식 현수막 구호로, 실정이 포장될 순 없다. “법치라는 구호를 외치지만 사실 반(反)법치에 가깝다”는 시국선언에 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지, 그 의미를 엄중히 헤아려야 한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선출되지만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한다면 이를 비판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그동안의 민주주의 역사였다. 

윤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1주년 여론조사 결과, ‘잘한다’는 긍정적인 인식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은 현실에 반성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바라보는 방향이 바뀔 수밖에 없다. 정치·경제·외교·국방 등 많은 분야에서 관점과 결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이 옳았는지는, 결국 시간이 지난 후에야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내 편을 만드는 일이다. 진영 밖의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이해를 구하고, 조급함을 버리고, 국익을 위해 최선의 결정인지 심사숙고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본질이다. 

시국선언 상황을 풀어가는 해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그러나 국민들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먼저 듣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약속했던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국정의 최고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신중하게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국민을 섬기는 자세에서 진솔하게 소통하고, 지난 1년 동안 단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야당 대표와도 만나 대화하는 것이다. 상대방도 보듬을 수 있는 노력과 아량, 협상과 설득, 이것이 최선인지 끝없는 질문을 한 후에 행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사회는 더 분열되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길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체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쇄신하지 않은 채 이런저런 개혁안을 아무리 내놓은들, 그것은 조만간 무산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소유냐 존재냐』에서 그는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익과 권력 소유를, 존재와 공유, 이해의 가치로 대체해야 새로운 사회가 건설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각자의 존엄을 지키는 존재지향적인 새로운 사회는, “인간을 사물처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휴머니즘이 자리 잡는다면,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윤대통령 취임 1주년, 왜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는지 겸허히 성찰하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각계각층의 시국성명이 용산 대통령실의 벽을 넘는 ‘담쟁이’가 되길 소망한다.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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