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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대학 퇴로, ‘해산 장려금’ 쟁점 떠올라
한계대학 퇴로, ‘해산 장려금’ 쟁점 떠올라
  • 강일구
  • 승인 2023.05.15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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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 대학 퇴출 및 통폐합’ 포럼 
일본은 잔여재산 국가 귀속 확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10일 제69회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김정호 인하대 교수는 우리나라와 대학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들어 위기에 처한 대학을 어떻게 회생하고 퇴출 시켰는지를 공유했다.

“일본은 대학의 즉각적 퇴출이 갖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3년 정도 구조개혁 기회를 부여하고, 그 안에 퇴출을 포함한 강도 높은 개혁을 대학이 스스로 수행하게 한다”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제정, 글로컬대학 사업 등으로 한계대학 퇴로 마련과 대학 통·폐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우리와 대학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놓고 대학의 미래를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0일 ‘대학 퇴출 및 통·폐합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69회 정책포럼에서 김정호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일본 대학 구조개혁의 주요 특징으로 다양성과 명확성에 주목 하자고 제안했다.

한계대학 퇴출과 관련, 일본은 대학에 재생기회를 제공한 후에 한계대학의 자주적 퇴출 유도라는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는 경영위기에 놓여 있는 사립대학법인에 대해 △자주적 운영기반의 강화 △설치교의 교육의 질 향상 △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 학교법인의 책무를 2020년에 개정한 ‘사립학교법’에 반영했다. 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퇴출 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까지 했다. 또한, 정원미달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대학은 학생 모집을 정지시키고 대학에 있는 학생들이 온전히 졸업했을 때 학교를 해산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폐교 전 모집정지를 먼저 시킨다. 대학은 청산이 완료될 때까지 재정을 갖고 있지 못하면 청산을 못 한다. 학생이 남아있을 때까지 온전히 교육하기 위해서다”라며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을 편입시키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돈이 없다고 하면 파산이다. 그게 차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학생 모집정지가 되는 기간은 대략 4~5년이며 이 기간에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또한, 비리나 문제가 있는 곳은 바로 문을 닫게 한다고도 했다. 2010년 이후 일본 사립대 폐교 사례는 19건으로 이중 통합 후 폐교는 8건, 정원미달로 인한 자진폐교 9건, 부정비리로 인해 문부과학성 제재에 의한 폐교는 2건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개 대학이 폐교됐고 이 가운데 1개만 청산이 완료된 상태다. 청산이 진행 중인 곳은 2개이고, 청산이 미완료된 곳은 9개다.

다만, 폐교와 관련해 학생의 교육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신경을 쓰고 있지만, 교직원 재취직에 대해서는 대안을 찾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모집정지 이후에 4~5년간 교직원에 대한 지원은 재단의 의무와 책임감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폐교 시 잔여재산 귀속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이 확고하다. 일본은 대학에 남은 재산이 있는 경우 국가에 귀속시켜 사립학교진흥에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전혀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립대학법인에 대한 국가 보조가 진행됐기에 법인 해산 후 잔여 자산을 이사장 등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인식이 사회적 합의로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라고 덧붙였다.

잔여재산 문제에 대해 최규봉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잔여재산에 대해 일본은 일본의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여건이 다르니 해산장려금이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라며 “전문가의 의견, 사립 중·고등학교 전례 등을 고려해 ‘사립대 구조개선법’에 해산장려금 지급이 명문화돼야 한다”라고 했다. 신성욱 부산가톨릭대 교수(경영학과)도 해산장려금 지급에 대해 동의했다. 그는 “사립대 학교법인이 구성원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자발적으로 해산하기를 원하면 구조개선위원회 심의를 거쳐 잔여재산 평가액의 일정 한도 내에서 해산장려금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김성기 협성대 교수(교육대학원)도 위기대학이 폐교 이후 부지를 방치하는 것은 잔여재산의 국고 귀속 때문이라며 퇴로를 열어 자발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해산장려금이 있다면 대학 해산이 가속화 될 것이다. 비율은 학교법인 잔여재산의 30%가 합리적이라고 본다”라고 밝혀 논란이 있었다. 교육부는 대학경영위기가 심화되기 전에 구조개선 지원 및 퇴로 제공을 위한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 3개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일본 12개 사립대 공립화…“지자체 대학 운영 고려해야”

김 교수는 일본에서는 폐교 외에도 대학 통·폐합을 위한 다양한 전략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가 정리한 일본 대학의 연대·통합 촉진 전략은 △국립대 단일법인의 복수대학 운영제 도입 △국립·공립·사립대 경계를 넘어서는 연대체제 구축(대학 등 연대 추진 법안) △사립대의 연대·통합 유연화 촉진(학부 단위의 사업양도 포함) △복수 고등교육기관, 산업계, 지방공공단체 사이 항시적 연대체제 구축(지역연대 플랫폼) 등이다.

국립대 단일법인의 복수대학 운영제는 각 대학이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대학 법인의 경영을 합리화·효율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 교수는 “각 대학이 가진 장점과 브랜드와 기존의 동창회까지 유지하면서 대학 내 시설 등을 공유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이라며 “이 같은 방식의 통합이 나온 이유는 국립대 간 통합이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대 단일법인이 복수 대학을 운영한 대표적인 사례로 2022년에 통합한 국립대학 법인 홋카이도국립대학 기구(오타루상과대학·오비히로축산대학·기타미공업대학)가 있다고 했다. 해당 기구는 상이한 분야의 단과대학을 통합해 학령인구 감소에 직면한 지방 국립 단과대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국립·공립·사립 간 ‘연대추진법인’은 국·사립대 설치자를 하나의 사원(社員)으로 보고, 사원들이 모여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문부과학대신(교육부 장관)이 승인해주는 제도다. 5개 대학이 속한 ‘시코쿠 지역 대학 네트워크 기구’는 현재 연계과목 개설, 연계 교직과정 개설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립대 5곳이 속한 ‘학습평가·교육계발협의회’는 국내 유학사업(학생 상호 파견), 학습성과 평가 방법의 개발·보급, 지역 과제 해결과 관련된 과목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연대추진법인 제도에 대해 “(우리나라 대학이) 특정 지역에서만 혁신을 하려고 하면 한계가 있고, 수도권 등 여러 지역대학과 연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립대의 학부 사업 양도의 유연화에 대해서는 “사립대의 연대·통합의 원활화를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제도는 일본의 ‘사립학교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학부 단위로의 설치자 변경을 가능하게 해 학부·학과·대학원을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으로 2020년에 고베야마테대학이 현대사회학부를 칸사이국제대학에 양도한 사례를 들었다. 김 교수는 학부를 양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현행 제도에서 기존 학부를 폐지하거나 새로운 학부를 신설하는 경우와 비교해 심사와 관련된 절차 등을 간소화 할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구조개혁의 사례로 사립대가 공립화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지역대학이 사라지면 도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며 사립대가 공립화된 사례는 총 12건 있었다고 했다. 공립화된 대학 중 치도세대학은 학생 모집이 되지 않자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대학을 공립화했고 현재는 대학 근처에 30개의 광기술 중소기업까지 유치해 졸업자의 95%를 취업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앙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사업단위로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하게 지자체가 대학을 운영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대학과 지역이 연대한 사례로 일본 지자체가 수도권(도쿄권)이나 대도시 대학 캠퍼스를 지역에 유치한 사례가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자율적 대학-지역(지자체) 협력 프로그램이 33개 진행 중에 있다며 직접 방문했던 와세다대학 기타규슈캠퍼스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대학원 중심의 대학으로 예술계, 의료계, 농업계, 수의학계에서 5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고, 2003년에 설립됐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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