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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반부패 시스템 구축을 요청한다
[NGO칼럼] 반부패 시스템 구축을 요청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01.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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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3 16:36:35
김거성 / 반부패국민연대·사무총장

지난 9월 13일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00년도 각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우리 나라는 90개 대상 국가 가운데 48위를 차지하였다.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핀란드(1위, 10.0점)나 덴마크(2위, 9.8점) 싱가포르(6위, 9.1점)등과는 반대로 우리 나라는 4.0점으로 지난 해 3.8점에 이어 청렴도에 있어서 중하위를 맴도는 것으로 발표된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지수가 지난 3년동안의 각종 인덱스들을 취합하고 이를 표준화하여 만든 ‘인덱스들의 인덱스’로, 또 실태조사가 아닌 ‘인지도조사’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실제 부패정도는 그보다 짐짓 이를 무시해 버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부패지수는 점수나 순위의 정확성보다는 한 사회의 부패의 정도를 드러내며 또 그 동향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상응하듯 국내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 또한 한결같이 국민들 대부분이 부패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부패를 청산해내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가?” 또는 “어떤 나라 어떤 제도를 도입하면 부패척결에 성공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에는 참으로 난감한 처지가 된다. 어떤 한 제도나 기구를 만들면 그것으로 손쉽게 부패 척결이 이루어지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다만 그 사회에 어떤 부패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것일 뿐이다.

지난해부터 국가적 반부패 시스템 구축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말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에 필수적인 법과 제도의 구축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반부패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이 정치권의 비협조로 말미암아 실현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반부패법을 통해 공익정보제공자, 이른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또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실시하는 것은 조직 외부의 감사 단위들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부패통제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그 제정은 늦출 수 없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된다.

더불어 기업윤리시스템의 도입으로 투명한 기업활동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상반기동안 반부패국민연대에서 국내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리강령을 보유한 업체 수는 그 삼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그 내용에 들어가 보면 대부분이 형식적 조항의 나열에 그치며 그 실천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놓는 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기업에 사회봉사나 이익의 사회 환원을 요구하는 것 이전에 ‘투명한 기업활동’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정보의 적극적 공개, ‘청렴서약제’의 도입으로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서울특별시의 민원처리 온라인공개시스템은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효율적 방편으로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조달이나 정부 자산의 매각 등에서 입찰참가 업체와 주관기관 상호간에 청렴서약을 하고 이를 어길 경우 다른 입찰참가 업체들에게 보상을 실시하며 부패 연루 기업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이후 5년간 ‘모든’ 공공기관에 대한 거래나 입찰참가 자격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부패에 의한 이익보다 잠재적 비용이 훨씬 크게 만들어야 한다.

부패가 단순히 공직자나 기업인의 윤리성이나 도덕성 결여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부패란 동전의 다른 한 면에는 이를 유발하는 각종 환경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윤리성 제고나 의식개혁과 더불어 이러한 부패유발 환경을 제거하고 또 유무형의 반부패, 부패통제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민간, 기업, 정부에 속한 모든 구성원들이 반부패운동의 주체로 나서는 때에야 맑고 깨끗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해 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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