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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웃음이 닮았다
  • 최승우
  • 승인 2023.05.09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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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짐머 지음 |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880쪽

전미 과학 작가 협회 과학 사회 저널리즘 상 수상작
우생학, 인종주의, 성차별로 얼룩진 유전학의 빛과 그림자
유전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경이롭다. ― 찰스 다윈
우리가 개발한 것은 생명의 암호를 수정하는 도구였다. ― 제니퍼 앤 다우드나

과학 저널리스트 칼 짐머는 첫 딸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유전 질환의 가능성을 알게 되자 노심초사한다. 예일 대학교 분자 생물 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 교수인 짐머는 [디스커버]에서 과학 저널리스트로 출발해 과학 저술가로서 최고 영예인 내셔널 아카데미 과학 커뮤니케이션 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심층 보도로 퓰리처 상 공공 서비스 부문을 수상한 [뉴욕 타임스] 탐사 보도팀 일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명료하고 유려한 솜씨로 탁월한 과학 대중서를 꾸준히 펴 온 저자는 조상들의 가계도를 추적하고, DNA 검사를 기꺼이 받으며, 역사의 현장인 바인랜드 훈련 학교와 말라리아 내성 모기 유전자 연구소를 방문하는 등 ‘유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따라잡는 취재와 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무사히 태어난 아기 샬럿의 얼굴 사진과 아내 그레이스의 아기 시절 사진을 나란히 두고 그 닮은 모습에 경탄한 저자는 딸의 웃음소리에 유전 형질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웃음이 닮았다: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She has Her Mother’s Laugh: The Powers, Perversions, and Potential of Heredity)』는 저자의 딸과 아내가 웃는 모습이 닮았다는 데서 착안한 제목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자식이 부모와 닮았지만 똑같지는 않다는, 형질이 유전된다는 놀라운 사실에 주목해 왔다. 이 발견에서 유전학이 탄생하고 중대한 의학적 발전이 이루어진 동시에 우생학과 인종주의 같은 해로운 유사 과학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칼 짐머는 밀접하게 뒤얽힌 유전 과학과 유사 과학의 역사를 추적한다.

이렇게 쏟아지는 말들은, 샬럿이 지금은 비록 이해하지 못하지만, 발달하는 뇌에서 언어 능력의 바탕이 될 것이다. 샬럿은 우리에게 영어를 물려받을 것이다.

물려받은 세포 속의 유전자와 더불어. 이 아이가 나에게서 어떤 DNA를 물려받았을지 묻고 걱정하는 데 내가 얼마나 사로잡혀 있었던가. 샬럿을 두 팔로 꼭 껴안아 주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제 이 아이가 어떤 세계를 물려받게 될 것인가. ― 본문에서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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