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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 최승우
  • 승인 2023.05.09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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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김지윤 지음 | 몽스북 | 268쪽

“남성은 당연한 존재였고, 여성은 예외적 존재였다”

“게임판에서 여성은 초대받지 않은 침입자인가”

‘여성을 위한 게임 시장이 과연 존재하는가’하는 물음에서 출발, 
게임 세계, 게임 산업 전반에 만연한 성적 불평등 구조에 대하여 고민한 결과물

젠더 이슈와 게임 이슈를 교차시켜 ‘뜨거운 감자’를 건드린 책! 

라디오도 초기에는 전형적인 남성적 매체였고, 텔레비전 채널권 역시 가장인 아버지가 쥐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다. 게임도 비슷한 경로를 겪고 있다. 
– 본문에서 

이제 세상은 ‘게임’을 향해 혁신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 책은 현재와 미래의 핵심 산업인 게임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다루는 매우 의미심장한 시대 보고서이다. 더 나아가서 젠더와 게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그 해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김경일(인지심리학자) 

책 소개 

게임은 어떻게 여성을 살해하는가
2016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한 젊은 여성이 살해당했다.
여자들에게 무시당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는 범인의 진술로 보아 
이 사건이 여성에 대한 맹목적 혐오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클로저스>의 김자연 성우는 트위터에 업로드한 사진 한 장 때문에 
녹음된 음성을 다른 성우의 것으로 대체했다. 

‘메갈리아 4’가 진행한 여성 폭력 피해자 돕기 후원 행사에서
기부자에게 준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남성 게이머의 도움을 얻어 레벨을 높이는 여성 게이머를 비하하는 단어 '혜지'는
이제 남녀를 불문하고 의존적인 게임을 하는 이들을 조롱하는 단어가 됐다.

류호정 국회의원은 계정을 빌려주고 티어를 높였던 과거가 재조명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는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면서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혜지’ 논란은 여성 게이머가 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증폭된 사건이었지만, ‘클로저스 사건’과 ‘메갈 검열’ 열풍은 여성 게임 인력의 확대와 관련된 문제였다. 게임에서 여성을 재현하는 문제도 지나치게 남성 지향적이다. <오버워치>의 여성 캐릭터 묘사 논란이나 <가디언 테일즈>의 대사 수정을 놓고 벌어졌던 격한 키보드 전쟁의 내면에도 핵심에는 ‘여성’ 문제가 있었다.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는 ‘여성을 위한 게임 시장이 과연 존재하는가’하는 물음에서 출발, 게임 세계, 게임 산업 전반에 만연한 성적 불평등 구조에 대하여 고민한 결과물이다. 젠더를 소재로 게임 현상을 논한 최초의 책이자 젠더 이슈와 게임 이슈를 교차시켜 ‘뜨거운 감자’를 건드린 책이다.

젠더 이슈가 게임판을 흔든다

초기 라디오는 전형적인 남성적 매체였고, 텔레비전 채널권 역시 가장인 아버지가 쥐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편성을 획득했다. 게임도 비슷한 경로를 겪고 있다. 연령 분포도, 성별 차이도, 최근의 통계치는 공통적으로 게임의 ‘보편적 오락화’ 경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일상적 여가·오락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게임은 수많은 장벽을 넘고 저항과 싸워야 했다.

노동이나 공부의 반대편에 있다는 이유로 배척 받았고, ‘진지한 여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폄하됐으며, 소수만이 즐기는 오락이라는 이유로 무시됐다.

흥미로운 것은 일부 게이머는 게임의 문화적 정당성 획득에는 동의하면서 게임이 보편적 여가로 여겨지는 것에 저항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게임을 위계화 하는 전략을 통해 ‘가짜’ 게이머를 배제함으로써 진짜 게이머로서의 권력을 사수하고자 한다. ‘진짜’ 게이머의 세상을 꿈꾸는 이들은 대부분 소수의 젊은 남성이고, ‘가짜’ 게이머 취급을 당하는 건 대부분 다수의 여성이다.

게임 세계에 여성이 비중이 커지면서 불거진 일들 

게임 세계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이었다. 그러다가 여성 게이머들이 등장했고, 게임업계에 여성 인력이 늘었으며, 게임 속 여성의 모습과 역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앞서 나열한 사건들 역시 모두 게임 세계에서 여성의 비중이 커지면서 불거진 일들이다. 게임 세계의 남성에게 여성은 초대받지 않은 침입자처럼 여겨지지만, 현실의 게임 세계는 더 이상 남성의 전유 공간이 아니다. 캐주얼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성 게이머의 비중이 남성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

게임을 ‘젊은 남성들’을 위한 놀이라 부를 수 있는 시대가 지났음에도 게임판에서는 여성의 진입에 따른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젠더 갈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수없이 반복되었던 일이다. 게임 속 젠더 갈등은 멀리서 바라보면 심각한 문제도 중요한 쟁점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현상의 한가운데에 있는 동안에는 저항과 갈등이 격렬해 보이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긴장과 어처구니없는 투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교수인 윤태진 저자는 게임판에 여성이 진입하면서 발생한 갈등과 논란을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정리해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에 담았다.

게임판의 바깥 문화나 구조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안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언뜻 보면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일들, 예를 들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나 강남역 살인 사건도 게임판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저자는 게임을 둘러싼 젠더 갈등 문제를 게임하는 여성 ‘플레이어' 영역, 게임 속 여성의 ‘재현’ 영역, 게임을 만드는 여성 ‘노동자’ 영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봤다.

‘젊은 남성의 영역’인 게임에 여성이 진입하고, 갈등과 타협이 이루어지고, 보편적 영역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여성 게이머, 여성의 재현, 여성 노동자’라는 세 범주에서 특별히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는 이 세 가지 범주에서 각각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학술적 분석이나 정책적 제안을 하기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의 모습을 최대한 여러 시각에서 그리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게임판에서 시작된 갈등과 논란이 게임 커뮤니티를 거쳐 증폭되고, 사회 문제로 확대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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