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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
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
  • 최승우
  • 승인 2023.05.09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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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32쪽

희망을 버려라, 현재도 소중하다
나는 깨어 있지만 너는 어리석다
우리의 지식은 유한하지만, 우리의 무지는 무한하다
“침묵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우리는 눈곱만 한 크기의 일부만을 알고 느끼면서도, 그 눈곱을 앎과 지식의 우주나 되는 것처럼 간주해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의견을 비난하고 그 의견을 제시한 사람을 모욕하기도 하는 행패를 부리면서 살아간다. 그러니 앎과 지식의 크기가 작을수록 확신의 강도는 강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나온 게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무식해서 용감한 사람의 면전에 대고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그 사람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포기할망정 어떻게 해서건 다른 방식으로라도 메시지를 전하는 시도마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편을 갈라 자신의 진영을 구축한다고 해도 편은 영원하지도 않고 그런 편 가르기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나 만족도 오래가지 않는다.

아니 편 가르기 자체가 눈곱만 한 앎과 지식을 근거로 한 것일진대 하늘 쳐다보기가 민망해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침묵이 무기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 문필가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는 “지혜에서도 상책(上策)은 침묵하는 것이고, 중책(中策)은 말을 적당히, 적게 하는 것이며,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말이 아니더라도 말을 많이 하는 것은 하책(下策)이다”고 말했다. 서양 격언 중에 “침묵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을 철학자로 생각할 것이다”는 말도 있다.

강준만의 『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에서는 세상을 꿰뚫는 아포리즘을 소개한다. 그 키워드 50가지는 다음과 같다. 고독, 사랑, 결혼, 행복, 고통, 나이, 개인주의, 단순, 죽음, 희망, 경청, 침묵, 기억, 눈물, 유머, 경쟁, 성공, 돈, 패배, 다양성, 명성, 명예, 무지, 법, 신뢰, 가난, 관습, 관용, 용서, 사과, 군중, 경험, 얼굴, 여행, 이야기, 신념, 편견, 확신, 증오, 편 가르기, 권력, 대통령, 리더십, 선거, 지위, 정당, 당파성, 정치, 참여, 타협 등이다. 이 50가지 키워드를 통해 수많은 명언을 읽고 지적 교양을 쌓아보자.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안목을 참고하는 게 좋다. 특히 수많은 현인이 삶의 다양한 풍경을 지나면서 떠오르는 문장을 간결하게 적어놓은 아포리즘은 세상에 대한 독학의 길을 열어주는 훌륭한 선생이다.

단 한 줄의 문장이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고, 그 생각이 세상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현인이 남긴 명언들을 음미해보면서 세상에 대한 여행을 떠나보자.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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