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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진단] 위기의 사회과학 (1) 사회학
[기획진단] 위기의 사회과학 (1) 사회학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6.09.02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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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교육 현실 따라가야” vs. “附和雷同 아닌가?”

대를 이어갈 후속세대가 없다는 것은 학문의 심각한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원인과 처방이 너무 눈에 익었다. 그를 통한 변화와 쇄신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지금은 오히려 지식인이 서있는 자리와 학문의 ‘내적’ 위기를 최대한 냉정하게 객관화해야 할 때가 아닐까. 교수신문은 서너 차례에 걸쳐 인문·사회과학의 침체국면을 심도깊게 들여다봄으로써 책임감 있는 發話의 계기를 찾고자 한다. / 편집자주

학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나돌면서도 공론화되지 않았던 ‘사회학 위기’ 문제가 드디어 학회 차원의 원인진단과 해법찾기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전북대에서 열린 전기사회학대회는 ‘사회학커리큘럼과 취업’을 특별세션 주제로 설정, 사회학의 위기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을 펼쳤다. 이어 오는 12월 중순 서울대에서 열릴 후기사회학대회에서도 특별세션으로 ‘사회학 커리큘럼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한국사회학회 부회장인 김영정 전북대 교수는 “사회학이 분과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회학의 고유전통을 살리고 사회변화에 조응하는 과목개설을 고민하는 등 학회차원에서 해법을 모색중이다”라고 밝혔다.

학회들, 커리큘럼 개편 논의 본격 시동


학자들이 느끼는 사회학의 위기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첫째 학생과 학문후속세대 부족, 둘째 전통적인 사회학 교육과정 위축 등이다.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이 보장된 이후 트렌드에 따라 전공학문의 희비가 엇갈리는 게 요즘의 추세라고 볼 때, 그 중에서 사회학은 철학 등과 함께 비인기학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학부제 실시 이후, 대부분의 대학은 사회학을 경영학, 경제학, 행정학, 신문방송학, 정치학 등과 묶어 사회과학부로 전환시켰다. 이에 따라 사회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이 저조해진 것.


지난 전기사회학대회에서 유홍준 성균관대 교수는 소속 대학을 예로들어, 공통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행정학, 신문방송학, 정치외교학 등을 선호해 40명 정원인 사회학전공에 10명정도 지원하는 데 머물렀으며, 성적에 떠밀려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1999년 성균관대 경상대학 소속의 심리학이 사회과학부로 전환되면서 사회학이 심리학에도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는 1단계 BK21에 선정될만큼 전통과 인프라구축이 비교적 잘 돼 있는 곳이라 이는 사회학계에서 매우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고려대의 경우는 사회학과가 정경대에 속하지 않고, 문과대에 묶여 비교적 우수한 학생의 지원이 많은 편이고, 전북대는 정원 80%를 보장하는 등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어 대학 차원의 배려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학생 지원감소 원인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직접적으로 취업시장 취약, 간접적으로는 거시담론을 이끈 학문적 특성 등에 연유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식사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공유식 아주대 교수는 “지난 20여년간 학문체계가 사변적인 것보다는 현실 적용적이고, 감성적인 스타일로 바뀌다보니 사회학이 매우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전한다. 이어 공 교수는 그와 반대로 “사회학자들이 의도적으로 현실을 외면했을 수도 있으며, 순수 학문적 특성을 갖춰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유인진 고려대 교수는 “기존 과목들은 교수들이 과거에 배운 것, 전통사회학 틀에 맞춘 측면이 강했다”며, “학부교육은 사회변화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꾸고 연구자들이 전통사회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룡 경상대 교수는 “1988년 무렵 교련, 체육, 국민윤리 등이 폐지되면서 학부 교양과목이 만들어져 학문의 다양성을 제공했으나, 근래들어 학부생들은 듣기 편한 교양과목만 좇아간다”라고 말하며, 경상대에서 지난해에 폐강됐던 ‘사회학개론’과 ‘한국사회의 이해’를 언급했다. 


한국사회학회 연구이사인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졸업 후 곧바로 사회에 응용되기 어려운, 사회학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초학문적 특성이 있다”며, “사회변동에 따른 문제의식을 끌어내 응용학문과 결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현재 학과나 대학을 넘어 학계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조사분석사 자격증 도입이나 노사갈등, 소수자, 지역사회 등의 문제를 가지고 실질적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생 부족현상은 학문후속세대의 빈곤으로 이어진다.


연세대 사회학과는 1999년 2학기 석·박사과정생이 66명이었지만, 올해 1학기 재학생은 44명. 동국대는 2000년 석박사과정생 10명이었지만, 올해 1학기 석·박사재학생은 3명에 불과하다. 


환경사회학회 회장인 박재묵 충남대 교수는 “점점 사회적 이슈가 커지는 분야인 환경사회학도 젊은 학자들의 충원이 안되는 편”이라고 전한다. 1995년 환경사회학연구회가 설립될 당시 회원이 80여명이었지만, 10년이 더 지난 현재 1백50명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사이드잡 말고 환경사회학 전공자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이같은 현상은 1990년대까지 주요 사회학자들이 결집돼 활발한 연구를 보여주고, 비정규직 문제를 직접 연구하는 노동·산업사회학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현안으로 대두되는 양극화, 가족해체, 농촌문제 등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농촌사회학, 가족사회학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반면 사회학 전반에 걸친 인적자원 빈곤과 노령화 속에서도 두각을 보여주는 분과가 있다. 지난해 늦가을 55명의 창립멤버로 시작된 문화사회학의 경우, 매달 콜로키움으로 회원 증가 추세를 보여주다가 지난 4월 15일 창립학술대회 이후 108명으로 늘어났다.


문화사회학회 총무를 맡고 있는 최샛별 교수는 “창립대회가 열린 서강대 마테오관에 사회학자들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과 일반인들의 열기가 종일 가득해 놀랐다”며 성황리에 마친 창립학술대회의 풍경을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커리큘럼에도 반영돼 문화, 도시, 일상생활, 남성학 등은 학부에서도 가장 많은 인원이 몰리는 주제이자 과목이다.


폐강 과목 및 신규 개설 과목 동향에서도 최근 사회학의 고민을 잘 볼 수 있다.


서울대는 학부교과목 중 ‘사회변동과 세계화’, ‘교육사회학’, ‘현대사회문제’, ‘경제사회학’ 등과 대학원 강좌 ‘세계화 연구’, ‘북한사회연구’ 등을 폐강하고, 개설된 과목으로 학부는 ‘기업사회학’, 대학원은 ‘동양사회고전연구’, ‘몸의사회학연구’, ‘구조조정의정치경제연구’, ‘21세기복지국가와사회정책’, ‘기업사회학연구’ 등을 개설했다.


부산대는 ‘인터넷사회학’, ‘재난사회학’, ‘부산사회학’, ‘에로스사회학’ 등을 학부 4학년 과목으로, 고려대는 ‘몸과 섹슈얼리티’, ‘제도주의 조직분석’ 등을 개설했다. 이는 외부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런 변화과정에서 오히려 사회학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도 매우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최근 사회학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이나 개설되는 교과목들이 시류에 편승한다는 것.

“계층불평등 등 핵심과목 축소가 위기 불러”


“사회학의 위기의 핵심은 취업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박찬웅 연세대 교수는 “사회학 교과과정의 핵심이 되는 계층, 불평등 등의 교과목 약화가, 사회를 통찰하는 문제의식 약화로 이어진 것”이 가장 큰 위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박 교수는 “핵심과목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새로운 교재개발과 함께 비판적 문제의식과 분석력, 사회학적 상상력을 전공과정에서 더욱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논문 위주의 업적평가시대에 장기간 연구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재개발에 개인의 의지만으로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이와 관련된 대안으로 대학원을 통합하고(최태룡), 시간강사들이 주로 도맡아 하는 교양과목을 전임교수가 전담하며(유인진, 박찬웅), 소장학자를 이끌지 못한 채 연구활동이 정체되어 있는 중진교수의 재활약 등 나름의 해법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응용사회학과, 정보사회학과, 도시사회학과 등 실용적 뉘앙스를 띠는 간판으로 고쳐달고, 사회학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현실고민이 이어지는 속에서 한국사회학회가 개최하는 후기사회학대회에서는 사회학 위기에 대한 원인과 구체적 해법이 제시될 전망이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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