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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대학, 혁신·성장의 길 찾아야
무너지는 대학, 혁신·성장의 길 찾아야
  • 양준모
  • 승인 2023.05.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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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양준모 논설위원 / 연세대 미래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양준모 논설위원

대학의 사전적 의미는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기관이다. 대학의 역할은 학술 연구와 강의, 그리고 지도적 인격 도야 등이다. 사회가 바라는 대학의 역할이기도 하다. 대학의 타락은 대학의 구성원들이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면서 대학 자체를 도구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의 대학은 타락해버렸다.

가장 흔하게 보는 대학의 타락은 교수직의 다변화에서 발생한다. 교수직은 학문적 역할을 담당한다. 일반적 통칭은 강사이고, 교수직은 학문적 성과를 기반으로 위계화하여 구분하기도 한다. 아무런 학문적 배경이 없는 정치인이 겸임교수로 대학에 등장한 지는 오래됐다. 강의도 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대학은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혼란스러운 직책을 준다. 석좌 교수, 초빙교수, 특임교수, 산학협력중점교수, 기금교수 등 다양한 이름으로 이들은 대학을 점령했다. 대학도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교육비 저감이나 외부 기금 유치, 대학 예산 편성 상 편의 등으로 다양하다. 모두 교육과 연구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대학의 총장이나 학장들이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대학을 점령하는 것도 타락을 가속화 한다. 장관을 하거나 정치인 특보의 배경을 가지고 정치적 영향을 확대하는 것은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이들이 연구와 교육을 이끈다는 것은 웃픈 일이다. 이들은 기관장과 MOU를 맺고,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대학의 발전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선거에서 떨어진 정치인을 원장이나 학장에 임명하는 등 대학 운영을 개인의 입신양명에 이용하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애교의 수준일 뿐이다.

대학의 진정한 타락은 연구 역량의 하락이다. 대학이 각종 지표 관리에 치중하다 보니 대학 구성원들의 자부심은 설자리가 없어져 버렸다. 자부심으로 오랜 기간의 연구를 통해 획기적인 결과를 도출하려는 시도는 자살행위가 돼버렸다. 지표 관리가 강해질수록 능력 있는 연구자들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엉터리 공동연구에 매달리게 된다.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강의하겠다는 연구자의 의지도 정체된 월급 앞에서는 힘을 잃어버린다. 연구자들마저 지표에 매달리고, 대학의 총장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지표를 자랑하고 다닌다. 대학도 시류에 편승하여 연예인처럼 뜨면 그만인 세상이 돼버렸다. 진실한 연구자들은 도태되고, 완벽한 대학의 타락이 진행된다. 

타락의 근원은 정부의 규제와 지원금이다. 정부가 얄팍한 지원금으로 대학의 생사를 좌지우지한다. 정치인들이 대학을 이용하고, 관료가 대학을 자신의 출세를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한다. 대학의 타락이 심화되면서 이들도 대학에 관심을 잃어버리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대학은 오랫동안 세상을 개척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대학의 혁신적 성과는 사회로 빠르게 파급됐다. 정부가 산학협력을 인위적으로 강조하지 않아도 대학의 연구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대학의 역할을 떠받친 힘은 대학 운영의 자율과 학문적 자유다. 대학은 본연의 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런데 대학에 대한 사회의 기대가 커질수록 대학은 오히려 타락했고, 대학의 역할은 사회의 기대에 못 미치게 됐다. 대학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학 개혁을 논의하고 대학의 발전을 이야기하면 대학은 더욱 타락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대학 스스로 혁신하고 성장할 때다.

양준모 논설위원 
연세대 미래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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