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1:25 (토)
알고리즘 비공개한 지피티-4…“빅테크 욕망이 반영된 결과”
알고리즘 비공개한 지피티-4…“빅테크 욕망이 반영된 결과”
  • 김재호
  • 승인 2023.05.08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공지능의 몸과 노동’ 학술대회

“인류가 원유 등 화석원료의 채굴로 산업 기계를 돌리는 물질 에너지원을 찾았던 것처럼, 인간 데이터와 정보는 인공지능의 연산처리 공정을 원활하게 하는 비사물 땔감이자 원료 구실을 한다.” - 이광석 서울과기대 교수

 

지난달 28일 열린 제27회 인공지능인문학 국내학술대회 ‘인공지능의 몸과 노동’에서 이광석 서울과기대 교수(IT정책전문대학원)가 「인공지능과 물 성: 기술 생태학적 조건」을 발표했다. 사진=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지피티-4 모델의 내부 알고리즘 비공개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모든 데이터셋, 코드가 닫히면서 어떠한 논리로 인간의 질문에 답하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이광석 서울과기대 교수(IT정책전문대학원)는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디지털 코드의 개방성에 기댄 인공지능의 개발 문화와 개방 철학의 기조 또한 점차 자본주의 인클로저(종획)의 사유화된 질서로 편입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8일,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 인공지능인문학사업단이 주최하는 제27회 인공지능인문학 국내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인공지능의 몸과 노동’이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과 물성: 기술 생태학적 조건」을 발표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계산부터 소통까지 대부분이 알고리즘 연산 과정에 ‘위임’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의 자동화 수준은 대체로 데이터 수집·저장 능력(빅데이터, 플랫폼, 클라우드), 효과적인 기계학습 능력(지도·비지도·강화 학습), 연산처리 속도와 처리량(CPU, GPU, 반도체), 정밀 수행 능력(알고리즘, 프로그램)에 달려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이 사회에 도입되면서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 인간의 물리적 사회관계가 SNS 등 AI 알고리즘인 ‘소셜’ 관계·소통으로 흡수·대체되고 있다. 둘째,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간의 사유 과정과 대상 세계의 탐구 행위가 인공지능에 위탁되고 있다. 즉, 인공지능에 의해서 사회관계마저 자동화되는 것이다. 인간의 물리적 사회관계가 ‘소셜’ 전산학적 알고리즘 연결로 교체돼왔다. 

 

탄소 배출과 인간의 노동이 투입되는 자동화

그런데 문제는 인공지능의 자동화가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디지털은 막대한 양의 희귀금속과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에너지를 소비한다”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구글 검색에 5~10밀리그램의 탄소가 배출된다. 인터넷 브라우징에 주전자 물을 끓일 정도의 초당 20밀리그램의 탄소가 배출된다. IT 업계는 지구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를 차지한다. 전 세계 생산 전기의 10% 정도를 끌어다 쓰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과정에서 탄소 배출의 70%를 차지한다. 

구글에서만 인공지능이 전체 전력 사용량의 10~15%를 차지한다. 2021년에만 2.3테라와트시(TWh: 1 와트시는 1시간 동안 생산·소비되는 전력량을 뜻한다. 1 테라와트시는 1조 와트시이다)를 소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3테라와트시는 애틀랜타시의 모든 가정이 매년 소비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또한 챗지피티-3 훈련에 1천287메가와트시(1 메가와트시는 100만 와트시이다)의 전력을 소비했다. 더불어 총 18만5000갤런(70만 리터)의 냉각수 물을 사용하고, 55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 110대가 일 년에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과 비슷하다. 

더욱이, 인간마저 원료로 활용된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이 기계의 전력원으로 배양되는 모습과 같다. “인류가 원유 등 화석원료의 채굴로 산업 기계를 돌리는 물질 에너지원을 찾았던 것처럼, 인간 데이터와 정보는 인공지능의 연산처리 공정을 원활하게 하는 비사물 땔감이자 원료 구실을 한다.” 이 가운데 노동의 계급화도 심화된다. 이 교수는 이탈리아 사상가 조지 카펜치스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남반구 광물 채굴 노동, 반도체 부품노동, 휴대폰 조립노동, 성·폭력 영상 필터링 등 콘텐츠조정 노동, 가상화폐 채굴 노동, IT기술 지원노동, IT실험실 청소노동, AI 사물 식별과 강화학습을 돕는 미세노동 등이 가상 자본을 떠받치는 하류노동에 속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사물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의 반생태적 ‘독성’”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문규민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는 지피티-4의 폐쇄적 조치에 대해 “코드 개발 문화, 개방성의 철학, 오픈소스의 기조와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면 이렇게 경쟁적인 사유화와 폐쇄의 경향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광고수익 10억 원 버는 가상인간 ‘로지’

이정현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는 「가상인간을 ‘생산’하는 몸, 노동, 미디어: 가상인간 로지 사례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실제로 가상인간 ‘로지’는 2021년 광고모델로 데뷔해, 지난해 2월 첫 싱글 앨범을 출시했다. 올해 4월, 로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5만 명이고, 연 광고수익은 10억 원 이상이다. 로지는 영원한 22세를 표방하며 광고모델, 홍보대사, 소셜미디어, 방송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로지 사례의 세 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첫째, 가상인간을 생산하는 기술·미디어다. 둘째, 춤추고, 연기하고, 포즈를 취하는 인간의 얼굴 없는 몸이다. 셋째, 대역을 섭외하고 합성하는 등의 생산 노동이다. 이 교수는 “자율성·유연성·불안정성으로 대표되는 창의노동과 다른 맥락의 노동이 출현했다”라며 “미디어 유통·배포, 알고리즘 연구, 인프라 연구 등을 결합한 생산자 연구의 새로운 지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랙박스화된 인공지능 생산 노동연구, 생산 환경·가치체계·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생산과정 연구를 제안했다. 

토론자인 허유선 동국대 강사(철학)는 가상인간을 작동시키기 위한 인간의 노동이 드러나지 않는 점을 비판했다. “‘왜’ 생산자 관점인가? 가상인간 로지는 MZ 세대의 선호에 부합하며 이를 리드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상으로 제시되지만, 새로운 것처럼 드러나기 위해 인간의 무수한 노동을 비가시화한다”라며 “얼굴 표정, 신체 대역, 음성 데이터, 광고 기획, 인스타그램 포스트와 댓글 관리 등의 인간 노동은 기존과 다르지 않은 방식이지만 새로이 생성된 ‘로지’라는 이미지와 캐릭터에 가려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림자 노동으로 구현되는 인공지능 시스템

전철 한신대 교수(신학과)이자 신학대학원 원장은 「인간, 기계, 몸: 종교와 과학의 대화 담론을 중심으로」 발표에서 챗지피티의 작동에 가려진 인간의 ‘그림자 노동’을 우려했다. 전 교수는 “챗지피티의 유해한 콘텐츠를 제한하는 안전하고 유용한 A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데이터 레이블 작업에 투입된 케냐 노동자들의 ‘그림자 노동’ 시급은 1.32달러에서 2달러 사이였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새롭게 진화한 초거대 인공지능 머신들은 수많은 인간의 손과 발과 몸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다”라며 “데이터 확보와 데이터 레이블링은 결국 인간의 작업이 동원된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 교수는 “인공지능 몸 담론이 초지능의 동맹과 네트워크를 둘러싼 거대한 몸들의 확산을 예견한다”라며 “그것은 인공지능 자본주의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신학적으로는 고도의 상징체계로서의 ‘신령한 몸’(soma pneumatikon)이 인공지능 문명이 구현하는 ‘디지털 몸’과 어떠한 대면과 공존을 취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거대한 디지털 인공지능 마음·몸의 탄생, 체화, 지향에 대한 논의는 ‘몸의 구원’에 관한 인공지능 시대 종교와 과학 담론의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