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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총장들 “첨단분야 정원배정, 수도권 쏠림현상 심화”
비수도권 총장들 “첨단분야 정원배정, 수도권 쏠림현상 심화”
  • 신다인
  • 승인 2023.05.03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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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총장협의회, 지역대학 입장 발표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첨단분야의 정원배정을 비판하며 비수도권 대학의 침체와 지방소멸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사진=7개 권역 대학교 총장협의회

교육부가 반도체학과 등 첨단분야 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을 늘리기로 한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수도권 쏠림 현상 심화될 것”이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2024학년도 일반 4년제 대학의 첨단분야 정원 조정 결과를 공개했다. 수도권 19개 학과에서 817명, 비수도권 31개 학과에서 1천12명의 학부 학생정원이 추가로 늘어난다. 이중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정원만 298명이 증가한다. 수도권 입학정원이 늘어난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정원 배정으로 첨단산업분야 정원 ‘수도권 쏠림’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들은 “현재도 비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는 충원율이 81.1%(2022년) 밖에 안 돼 지금도 미달인 상황”이라며 이번 첨단분야 정원 배정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되고, 신설된 첨단분야 관련 학과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대학의 입장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다. 민형배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10월 전국 대학의 반도체학과 충원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학 25개 반도체학과 중 7곳이 정원 모집에 실패했다. 정원 모집에 실패한 대학은 모두 지방대였다. 이 가운데 전북에 위치한 원광대의 충원율은 76.7%로, 원광대는 결국 반도체학과 폐지 결정을 내렸다.

박맹수 원광대 전 총장은 지난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학부 폐과와 관련해 “피눈물이 난다”며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를 풀어주면 지방 대학의 몰락을 촉진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방대 반도체학과의 위기는 계약학과와도 연결돼 있다. 계약학과는 졸업 후 100% 채용조건으로 대학과 기업의 협약을 통해 운영되는 학과를 말한다. 하지만 반도체 계약학과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23학년도 반도체 계약학과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포스텍(POSTECH) 반도체공학과로 7개 중 5개가 수도권에 있다.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28.7:1, SK 하이닉스와 계약을 맺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12:1,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은 연세대 시스템 반도체공학과는 10.3: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들은 “수도권 대학, 비수도권 대학 간 불균형이 있는 상황에서 정원 증원을 할 경우, 수도권으로 인재유출이 심해지고 비수도권 대학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라며 근본적인 대책 강구를 요구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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