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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장하성 펀드'에 대한 오해
[교수논평] '장하성 펀드'에 대한 오해
  • 박광우 카이스트
  • 승인 2006.09.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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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우 /  KAIST·금융기관경영

8월말 고려대 장하성교수(경영대학장)가 주도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펀드’)가 첫 투자대상을 태광그룹계열의 대한화섬으로 정하고 투자하였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증권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장하성펀드와 같은 지배구조펀드는 이미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기업에 집중하여 투자하는 수동적 펀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우수한 기술력과 안정적인 수익기회, 그리고 높은 자산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무능력이나 불투명성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여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향상시킨 후 자본이득과 배당소득을 실현하려는 적극적 펀드라 하겠다. 장하성펀드는 또한 100% 외국인투자자로 구성된 펀드이지만 한국시장에만 투자하는 ‘컨트리펀드’이다. 이 글에서는 장하성펀드와 같은 적극적 외국계 지배구조펀드의 투자활동과 관련해 잘못 인식될 수 있는 이슈들을 살펴보면서, 장하성펀드가 향후 어떻게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 보았다.

첫째로, 외국계 지배구조펀드는 국부를 유출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러한 우려는 장하성펀드가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에 등록된 펀드라는 점 때문에 더욱 증폭되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장하성펀드는 이번 대한화섬 지분 5% 인수후 첫 5일간 상종가가 계속되어 45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은 70%이상 지분을 가진 태광그룹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과 소액주주들도 단기간에 큰평가차익을 보았다는 점이다. 사실 장하성펀드의 대한화섬 지분매입후 이들이 대량보유하는 태광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불과 5일만에 태광그룹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은 7,000억원 이상의 큰 평가차익을 보았다. 즉, 이번 사건으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 아닌 태광그룹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인 것이다. 물론 대주주 지분의 매각 제한 등 차익을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평가차익은 총량적으로 증대된 국부라고 볼 수 있겠다.

둘째로, 외국계 지배구조펀드는 목표투자수익률이 확보되면 단기에도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사실은 장기투자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물론, 헤르메스와 같이 일부 외국계 지배구조펀드가 국내에서 단기투자한 사례가 있기는 하나 기업지배구조펀드는 평균적으로 보유기간이 다른 종류의 펀드보다 길다. 예컨대, 소버린의 경우 SK(주)를 28개월간 보유했는데, 이는 국내기관투자자의 평균보유기간(4개월)이나 국내개인투자자의 평균보유기간(2개월)과 비교해서도 훨씬 장기인 것이다. 장하성펀드의 경우는 2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지향하고 있고, 이 원칙을 잘 지켜 나갈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외국계 지배구조펀드는 일반적으로 경영진에 적대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런데, 사실은 외국의 많은 지배구조펀드는 경영진 또는 이사회, 주요주주 등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이를 적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장하성 교수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대한화섬에 지분매입전 지배구조개선과 관련한 제안서를 보냈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한화섬 측은 이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한국적 상황에서 성공한 최초의 적극적 지배구조펀드로 장하성펀드가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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