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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현대정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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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우
  • 승인 2023.05.02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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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현 지음 | 역사비평사 | 456쪽

20회 총선거 중 16번 승리, 73년의 역사 중 52년간 집권
―기민련의 역사, 그 빛과 어둠

기민련은 1949년 2차대전 이후 패전국 독일에서 치러진 최초의 선거 이래 2021년 선거까지 70년간 20번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 가운데 단 4번(1972년, 1998년, 2002년, 2021년)을 제외한 16번의 선거에서 집권 여부와 무관하게 제1당이었다. 서방통합을 넘어선 유럽통합, 사회적 시장경제, 독일통일 등 독일 현대사의 굵직한 틀이 기민련 집권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기민련의 역사에 어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민련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장기집권’임을 고려할 때 특히 그렇다. 아데나워 총리가 14년, 에어하르트와 키징어 총리가 6년, 헬무트 콜 총리가 16년, 그리고 다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6년간 재직했던 총리직의 지속성보다 놀라운 것은 당대표직의 지속성이었다.

기민련 당대표직은 아데나워가 16년(1950~1966), 콜이 25년(1973~1998), 메르켈이 18년(2000~2018) 동안 역임하는 등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세 명의 당대표가 독식하는 구도였다. 이처럼 기민련은 강력한 지배자를 허용할 뿐만 아니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총리 겸 당대표의 개인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하나의 정당으로서 기민련의 취약성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초대 총리 아데나워는 기민련 당사를 딱 한 번 방문했고, 다음 총리인 에어하르트는 그나마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으며, 비교적 기민련 정당에 친화적인 인물이었던 키징어나 바르첼 역시 당이 아닌 원내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정치를 했다.

아데나워에 반기를 든 소장 정치가 시절에 당대표직과 총리직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콜은, 정작 자신이 총리가 되었을 때는 당 조직 강화를 주장하는 동료들을 내쫓다시피 몰아냈다. 메르켈 총리 역시 충실한 측근들을 당 사무총장에 임명하고 다시금 총리청에서 기민련 정부의 정책들을 주도함으로써 아데나워와 콜의 궤적을 따라갔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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