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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1] 소등쪼기새, 공생이냐 기생이냐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1] 소등쪼기새, 공생이냐 기생이냐
  • 권오길
  • 승인 2023.05.02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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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쪼기새
소등쪼기새류는 참새목 소등쪼기새 과에 속하는 조류의 총칭인데, 오직 한 속만이 존재하며, 단 2종이 포함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동물의 왕국」은 KBS1에서, (월~금) 오후 05:30, (토, 일) 오후 05:10분부터 30분간 방송된다. 동물의 왕국은 BBC를 비롯하여 내셔널지오그래픽, NHK, 유럽의 최고 다큐멘터리 제작사 등 세계 일류의 다큐멘터리 전문 제작사들이 제작한 고급 다큐멘터리들을 엄선, 우리말로 더빙해 소개하는 국내 유일의 동물 전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생생한 대자연의 세계가 안방에 전달된다.

동물의 왕국은 아프리카의 초원지대, 극지방, 사막 등 세계 곳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들을 총망라하는 프로그램으로서, BBC를 비롯한 제작사들의 고급 정보가 화면 곳곳에 녹아 있다. 아이들에게는 주옥같은 교육자료로서,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에게는 부담 없이 볼 수 방송이렷다. 또한, 대자연의 위대함과 동물보호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생태계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값진 자료이기도 하다.

사실 필자는 퇴임 후에 동물의 왕국을 매일 꼬박꼬박 보는 편이다. 얼마 전에는 ‘소등쪼기새(oxpecker)’를 잠깐 보았다. ‘소 등짝을 쪼는 새’들은 기린, 코뿔소, 사슴, 물소, 얼룩말 등 초식성 대형포유동물(발굽 동물)의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를 잡아먹고 산다. 소등쪼기새들은 먹이를 얻고, 기린 등은 귀찮은 진드기를 없앨 뿐만 아니라, 새들이 사자나 하이에나 등의 포식자 접근함을 알리기도 하니 여러모로 이로운 새이다. 대형 초식동물의 등에 올라타 부리로 털을 훑으며 진드기 등 기생충을 잡는 노랑부리소등쪼기새와 붉은부리소등쪼기새는 상처가 있으면 흡혈도 마다하지 않으므로 기생충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두 동물이 서로 공생(mutualism)으로 여겼으나 근래는 여러 가지를 살펴본 결과 기생(parasitism)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소등쪼기새는 마치 악어새처럼, 기린의 입속을 청소해주면서 서로 더불어 산다.

소등쪼기새류(oxpeckers)는 참새목 소등쪼기새 과(Buphagidae)에 속하는 조류의 총칭인데, 오직 한 속(屬, genus)만이 존재하며, 단 2종이 포함되고 있다. 즉, 소등쪼기새에는 2종이 있으니, 노랑부리소등쪼기새(yellow-billed oxpecker, Buphagus africanus)와 붉은부리소등쪼기새(red-billed oxpecker, Buphagus erythrorhynchu)가 있고, 노랑 부리 새는 아프리카대륙 전체에 퍼져 살고, 붉은 부리 새는 주로 동아프리카에 분포한다.

이 두 종은 아프리카대륙의 사하라 남쪽(Sub-Saharan Africa) 사바나(savanna) 지대가 원산지이다. 이들 새는 기린 따위의 포유동물 몸에 붙은 곤충 진드기(tick)인 말파리 유충(botfly larvae)을 잡아먹고, 동물의 피를 빨아먹기도 한다. 말파리(botfly)는 쇠파리 과 파리로, 유충 시기에 포유동물의 피부 속에 기생하는데, 포유동물의 다리나 발의 털에 알을 낳으며, 알에서 나온 유충은 동물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피부밑에 종기를 만든다.

소등쪼기새는 아주 마른 사막이나 비가 많은 우림지대(rainforest)에는 살지 않는다. 그리고 두 종은 같은 지역에 살(sympatric)뿐더러 한 동물에 두 동물이 살기도 하지만 두 종의 상호작용(생태)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형 초식동물 포유동물인 발굽 동물(유제류, 有蹄類, ungulate) 숙주에 상처가 있으면 더 후벼 파서 피를 빨며, 또 이들은 숙주의 귀지(earwax)나 비듬(dandruff)을 먹는다.

부리 끝이 붉은 붉은부리소등쪼기새는 두 종 중에서 덩치가 더 작고, 나무에서 잠자리를 찾으며, 눈알 둘레도 빨갛다. 가위 같은 부리가 있는데, 임팔라(impala)부터 코끼리까지 적어도 15종의 다양한 초식동물에 찾아든다. 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훨씬 커서 몸길이가 20㎝에 이르는데, 진드기가 많은 물소, 일런드(eland), 기린, 코뿔소를 주로 찾는다. 

그리고 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박쥐처럼 기린 따위의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매달려, 흔들거리며 ‘쿨쿨’ 잠을 잔다. 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흔들거려 좀 불편해도 높고 따뜻해 좋아한다. 낮엔 진드기가 많은 물소, 밤엔 따뜻하고 안전한 기린을 선택한다. 밤에는 더 높게 붙어있어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고 따뜻한 잠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린을 찾는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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