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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체육의 문제와 체육 패러다임의 전환
엘리트체육의 문제와 체육 패러다임의 전환
  • 교수신문
  • 승인 2001.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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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3 16:04:20
안민석 / 중앙대·사회체육학

국민들의 관심과 환호 속에 시드니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우리가 12위를 달성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의 취약한 기반에 비추어 볼 때 기적에 가까운 결과이라 본다. 국민들을 온통 금메달 지상주의로 몰아 넣었던 올림픽을 마감하면서 소수에 의한 ‘보는 체육’에서 다수에 의한 ‘하는 스포츠’로의 전환을 갈망한다.

체육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하는 이유

지난 수십 년간 한국체육은 엘리트체육중심의 패러다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엘리트체육을 위한 태릉선수촌이나 선수연금은 적어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다.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의 든든한 기반 위에서 엘리트체육이 발전하는 것이 정상적인 구조라고 한다면, 한국의 체육은 분명 매우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엘리트체육이 비대해진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전략이다. 수출을 통해 국가의 경제력을 높일 수 있는 우리로서는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고, 특히 과거 한국이 국제무대에 알려지지 않았을 때 엘리트스포츠는 국위선양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둘째, 엘리트스포츠를 통한 국민통합전략이다. 국민의 지지기반이 취약하였던 군부정권 시절에 국민의 관심을 한군데로 모으고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는데 스포츠는 효과적으로 활용됐다. 82년 프로야구의 출범이 당시 권력의 필요성에 의거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셋째, 스포츠를 통한 체제우월성 입증전략이다. 남한과 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대에 스포츠는 총성없는 전쟁과도 같았다. 스포츠경기의 승패가 체제의 우열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남북한 선수들은 각 체제의 대리전사에 다름 아니었다.

이러한 국내외적 환경은 소수의 우수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국가사회적 이해에 부합하도록 하는 엘리트체육패러다임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OECD 가입국이 돼 세계 무대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국가권력은 민주적 방식에 의해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는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돌입함으로써 스포츠를 통해 남북한이 대리전을 벌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 따라서 ‘보는 체육’ 중심의 엘리트체육패러다임은 폐기돼야 하고, 국민체육패러다임에 의한 ‘하는 체육’ 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

하는 체육은 사회체육을 말한다. 후기산업사회에 있어서 사회 체육은 고도 산업 사회의 각종 공해 환경 하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반 대중의 스트레스를 지속적인 신체 활동을 통해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심신의 건강을 도모하고, 삶에 대한 의욕을 고무시켜 삶의 질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선진 국가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사회 체육을 육성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며,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 걸맞는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 중의 하나가 사회체육 활성화인 것이다.

하는 체육으로 체육주권의 시대를

그러나 올림픽 10위국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사회 체육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매우 저조하다. 사회 체육의 기초를 제공하는 학교체육에서 체력장 제도가 폐지되었고, 7차 교육과정 개정에서 체육 수업이 단축되는 등 삶의 질을 고양하는 스포츠 활동에 대한 시대적 필요성과 요구와는 역행하는 조치들이 취해졌다. 특히 사회체육의 하드웨어라 일컬어지는 시설의 측면에서 보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인구 1백만명에 불과한 독일 쾰른시의 체육관 2백10개, 공공수영장 1백50개라는 수치와 우리나라 전체 체육관 2백88개, 수영장 82개를 비교하면 우리의 사회체육시설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알 수 있다. 또 우리나라의 스포츠 시설 중 4%만이 공공시설인 반면 일본의 경우 전체 스포츠의 20.8%가 공공시설로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58.8%는 평소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규칙적으로 건강 유지에 유익한 운동에 참여하는 인구는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엘리트 경기력에 집착하기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회체육을 육성하는 것이 정부의 성숙된 모습이다. 미국이 50년대에 실시했던 청소년 체력검사인 ‘Kraus-Weber Test’는 많은 시사를 준다. 이 테스트를 계기로 56년 대통령 산하에 ‘스포츠와 체력에 관한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설치했고, 이후 60년대 스포츠의 대중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그리고 독일이 15년간 추진했던 ‘Golden Plan’처럼 정부차원에서 체력 향상을 증진하고 스포츠 참여를 유도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90년대초반 ‘축구 1백년 구상’을 시작한 이래 우리보다 40배가 넘는 유소년 축구팀을 보유하게 됐다.

사회체육의 활성화를 위해 국가의 정책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생산적 복지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1차적 권리에 해당하며 체육주권의 목소리를 당당히 주장할 필요가 있다. 사회체육의 활성화는 한국시민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며, 체육주권시대를 열기 위해 정부와 국민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엘리트체육 선진국, 생활체육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하는 체육을 지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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