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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주체의 다양화로 학내 입지 약화
서비스 주체의 다양화로 학내 입지 약화
  • 고대신문
  • 승인 2006.08.2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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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문] 건대 학복위, 수익금으로 장애인 전용 전동차 구매

복지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지면서 학복위도 시대에 맞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학복위가 총학생회에서 놓치기 쉬웠던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했다면 오늘날의 학복위는 생활 전반에 걸쳐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국대 학복위(위원장=김우진·건국대 영문00)는 학생들에게 각 수업의 시험지와 강의 평가를 자치 포털사이트에 올리도록 해 수강 시 필요한 강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택배수령사업을 실시하고 아르바이트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슬기(건국대 경영05)씨는 “학복위가 포털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 소개와 학교 주변 맛집 안내 등 학생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내용들을 다뤄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학복위(위원장=구선모·사회04)는 학생들의 자취방 마련에 대한 어려움을 덜고자 하숙집 안내 책자인 <택리지>를 1999년부터 발간하고 있다. <택리지>에는 학교인근지역 하숙집에 대한 상세한 지도와 자료가 실려 있다. 그밖에 카이스트 학복위(위원장=김준우·산업디자인04)는 지난 학기 학부 체육관에서 요가특강을 열고 전자사전 공동구매를 실시했다.

또 학복위는 생활문화운동을 실시해 올바른 대학문화를 형성하고자 노력한다. 생활문화운동은 대중문화에 노출된 대학문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올바른 대학문화 형성을 유도하는 것이다. 서경대 학복위(위원장=강봉석·산업공학01)가 지난 2000년부터 시행한 ‘학내 대자보 유효기간 표기운동’은 성공을 거둔 사례다. 건국대 학복위는 지난 학기에 각 단과대의 층층마다 ‘빈그릇 수거함’을 설치해 음식을 배달시켜 먹은 후 그릇을 스스로 정리하도록 해 환경정화운동에 학생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또한 이번 학기에는 지난 학기에 열렸던 ‘장애인권 동아리 후원 주젼의 수익금으로 장애인 전용 전동차를 1대 구매해 대여할 계획이다. 김 건국대 학복위원장은 “학생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장애인 전용 전동차를 마련했다”며 “이것을 계기로 학교 당국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복위가 학내의 취약한 복지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학복위가 본교의 호포단과 같은 자치규찰대를 마련해 학내 환경정화와 폭력·범죄퇴치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는 학생 자치로 캠퍼스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학복위가 자체적으로 모집해 운영해온 것이다.

이 외에도 각 대학 학복위 간의 교류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다른 대학 학복위의 사업을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경희대는 한양대의 규찰대를 벤치마킹해 다음 학기부터 시행한다.

학복위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우선 예전처럼 학생회와의 연계가 유기적이지 않다. 박준석 성균관대 학복위원장은 “비운동권인 현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복지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학복위의 사업이 축소되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본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총학생회와 연계가 잘 되지 않을 뿐더러 6명의 적은 인원으로 학복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복지 영역에 대한 연구보다는 주요 사업들을 유지하는 관성적인 사업 운영에 머물 수밖에 없다.

생협의 설치로 학복위의 역할과 입지가 축소되는 경우도 있다. 생협과 학복위의 사업에 겹치는 부분이 많고 학복위에 편성되는 예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장영도 연세대 생협 프로젝트팀 차장은 “1995년 생협이 출범한 후 학복위의 입지가 예전보다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내복지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증가하기 때문에 학복위의 중간자적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학교당국이 학생 복지 개선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전문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학복위의 입지가 위축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학교관련부서들이 홈페이지 건의사항에 빠른 답변을 통해 학생과의 피드백을 원활하게하며 교육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후생복지부 직원 김범렬 씨는 “학교와 학복위가 학생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수요자인 학생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학생들은 복지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얻어내는 데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허윤석 본교 학복위 위원장은 “학생들 스스로 학내복지에 관한 권리를 인식하고 취약한 부분을 찾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학복위 사업에 대한 미비한 홍보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한상윤(문과대 국문05)씨는 “아무리 잘 기획된 복지사업일지라도 철저한 홍보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를 겪고 있는 대학 사회 속에서 학복위 역시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안고 있다. 달라지는 환경에 맞는 학내에서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해야할 시점인 것이다.

전해선 고대신문 기자 haeseoni@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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