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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가 지지하는 ‘글로컬대학’…“지방대 살리기, 자자체에 맡길 일 아니다”
28.3%가 지지하는 ‘글로컬대학’…“지방대 살리기, 자자체에 맡길 일 아니다”
  • 김봉억
  • 승인 2023.04.11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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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대학개혁 정책 인식조사

“지방대 살리기, 국가 책임 강화” 한 목소리
‘지자체 주도’ 지원방식에 “대학 정치화”우려

윤석열 정부는 대학 관련 국정과제로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허브 구축(83번) △이제는 지방대 시대(85번)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81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개혁 10대 핵심 정책을 추진하며 올해를 교육개혁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교육개혁 10대 정책에 포함돼 있는 대학개혁 정책도 10개 정도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윤석열 정부의 대학개혁 정책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대학교수 622명이 응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대 정책’은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의 혁신을 ‘지자체 주도’로 지역의 혁신·발전과 연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대학 행정·재정지원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고, 지자체 주도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인 라이즈를 구축해 기존 대학재정지원사업도 2025년부터는 라이즈로 통합한다.

비수도권 대학 가운데 글로벌 수준의 혁신대학을 집중 육성하는 글로컬대학30은 라이즈의 핵심 고리다. 이같은 정책으로 ‘지방대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학지원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교수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교수들은 다른 대학개혁 정책에 비해 ‘지방대 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낮았다. 정책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도 낮게 평가했다. 라이즈 구축에 대해선 35.7%, 지자체 권한 이양은 30.1%, 글로컬대학30 집중 육성은 28.3%가 지지한다고 했다. 

교수들이 대학 경쟁력을 높여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활성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대학의 위기를 중앙정부가 책임을 맡아 지원하고, 지자체와 대학의 연계 강화를 통해 위기 극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지자체에게 맡기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의 ‘지방대 살리기’ 정책이 오히려 수도권 집중화를 심화시키고, 지방대를 고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수도권 집중 심화, 지방대 고사 정책”

교수들은 충분한 예산 확보 없이 추진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구지역 사립대 공학계열 A교수는 “글로컬대학 사업은 예산 확보와 구체성이 떨어지는 졸속 행정”이라고 했고, 부산지역 국립대 인문계열 B교수는 “종합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고, 충분한 예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C교수는 “지방대와 지자체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학은 공공성과 국가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기본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지자체로 권한을 이양하는 것은 지자체의 조건에 따라 교육 차별화, 차등화,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지역별 재정자립도와 산업 여건이 다른 현실에서 구체적이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기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D교수는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하는 비수도권대학은 모두 고사할 것”이라며 “글로컬대학이 블랙홀로 변해서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게 돼 경쟁력 제고 효과보다는 고등교육의 경쟁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E교수는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의 교육자원의 편중을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개혁방식이고, 단기간 성과주의에 매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필요성·가능성 가장 낮아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대해서도 31.1%가 지지했다. 대학개혁 정책 가운데 정책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가장 낮게 평가했다. 정책 필요성은 39.9%, 실현 가능성은 29.1%로 봤다. 

교육부는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방향에 대해 대학 내 자체 조정 방안으로 사대+교직과정+교육대학원, 교대+교육대학원 통합 방안을 예시로 들었고, 기관 간 통합 방안으로 교대+교대, 교대+사범대, 사범대+사범대 통합을 예로 들었다. 사범대와 교대의 통폐합 방안으로 관련 대학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교육부는 교사양성 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59.8% ‘규제 완화’ 지지…대학 자율성 기대

교수들은 교육부의 ‘대학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선 기대가 크다. 59.8%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취임 직후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며 ‘대학규제 제로화’를 선언했고, 규제 철폐를 위해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전면 개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 연말에 대학운영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을 완화하는 내용의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3월부터 시행 중이다. 

교수들은 ‘총 정원내 학과 신설과 정원조정 자율화’에 대해 가장 큰 호응을 보였다. 55.0%가 적절하다고 했다. 유휴 교육용재산을 수익용재산으로 용도 변경 기준을 완화한 것에 대해서는 43.6%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교지 내 수익용기본재산 건물 허용은 41.5%가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겸임·초임교원의 규모를 전체 교원의 1/3까지 확대한 것에 대해서는 19.1%가 적절하다고 밝혀,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이 훨씬 더 많았다. 

교수들은 ‘대학규제 완화 정책은 사학법인의 이익만 챙기는 정책’이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57.8%가 동의했다. 교수들이 ‘대학규제 완화’ 정책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대학 자율성’ 확대 측면에서다. 그동안 교육부의 획일적인 통제 위주 정책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

서울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F교수는 “출석체크 여부까지 통제하는 과도한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며 “대학이 자율화될 때 비로소 대학 간 능력 차이도 분명해 지고, 이에 따른 개편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했다. 

경기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G교수는 “학생수가 급감하는 현실에서 대학의 역할과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자율적 선택과 관리가 필요하다”며 “학내에서 다양한 직제를 개편하고 학과를 융합하거나 학생선발 방법 역시도 열린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전지역 국립대 인문계열 H교수는 “타율적인 규제로 대학 구성원의 자존감과 동기 유발을 일으키지 못하면 효율적인 대학도 어렵다”고 했다. 

76.2% “대학평가 체제 개편 필요”

대학평가 체제 개편은 55.0%가 지지했고, 76.2%가 필요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대학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의 기관인증평가로 변경한데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기도 하지만, 그동안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대학평가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있다. 

충남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I교수는 “기존 대학평가가 규제 중심이라 급변하는 대외 여건에서 대학의 성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고, 전북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J교수는 “평가 체제의 단순화와 대학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평가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9.3% “이주호 장관 추진 방식 부적절”

지난해 11월, ‘돌아온’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거침없이 대학개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도 출범했지만, ‘국가교육위원회는 안 보이고, 이주호만 보인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이주호 장관 취임 이후, 숨가쁘게 대학개혁 정책이 연이어 발표됐다. 이주호 장관은 올해 1월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대학개혁 정책을 제시했다. 지난 2월 1일 열린 첫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라이즈 구축과 글로컬대학 집중 육성 계획을 밝혔다. 한 달이 지난 3월 8일 7개 라이즈 시범지역을 선정·발표하고, 3월 16일에는 공청회를 열어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을 공개했다. 지금 전국의 대학은 글로컬대학30 ‘혁신 기획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이주호 장관의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해 교수들은 59.3%가 부정적이었다. 매우 적절하지 않다는 34.7%,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은 24.6%였다.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교수들은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업무 추진을 지적했다. 인천지역 국립대 인문계열 K교수는 “현 교육 난맥상을 책임져야 할 장관이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처사”라고 했고, 부산지역 국립대 인문계열 퇴임교수인 L교수도 “자율형사립고, 입학사정관제, 총장간선제 등 상당한 정책 실패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사립대 인문계열 M교수는 “현장의 다양한 상황을 무시한 성급한 졸속 추진”이라며 “무리한 인위적인 통폐합으로 인한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 학문의 다양성과 지속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매우 적절하다(5.6%)고 평가한 교수들은 교육부 개혁과 규제 완화, 새로운 시도, 추진력을 이주호 장관의 장점으로 꼽았다. 강원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N교수는 “교육부 개혁을 외치고 추진하고 있으며, 교육부가 없어야 대학이 산다”고 했고, 경기지역 사립대 사회계열 O교수는 “이전 정부에 비해 적극적이고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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