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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민족사적지 학술답사를 다녀와서
만주 민족사적지 학술답사를 다녀와서
  • 김윤정(서울송천초)
  • 승인 2006.08.17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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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과교육연구학회] 뉴스레터 제102호
출처: 삼봉 김원용 선생 10주기 추모사이트

민족의 발원지로, 고대국가의 활동무대로, 항일 독립운동의 근거지로 우리 역사의 중심이 되어왔던 만주, 그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우리는 5박 6일 간의 짧지 않은 답사를 다녀왔다. 심양에서 시작하여 단동, 집안 통화, 백두산, 용정, 연길, 목단강에 이르는 예정된 일정은 떠나기 전부터 심장을 요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설렘과 기대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우리는 심양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심양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에 이르는 고대국가의 중심지역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곳은 완벽한 이국땅이었다. 청조의 황궁이었던 고궁과 청태종의 무덤인 북릉, 그리고 청조의 시전을 재현한 거리는 사라진 우리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아냈으며, 특히 병자호란 때 끌려온 조선인 포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북릉공원의 커다란 인공호수는 그 규모만큼 가슴 시림의 정도가 컸다.

다음 답사 코스인 단동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압록강을 돌며 많은 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공놀이를 하는 여러 장정들과, 낡은 배를 손질하는 사람들, 강가의 키 큰 풀들을 차에 실어 나르는 트럭, 그리고 물놀이를 준비하는 사람들 등 강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를 외치는 우리를 무심히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강을 경계로 단동의 화려한 도시 경관과는 대조적으로 신의주의 그것은 너무도 초라했다. 압록강 선상답사를 마치고 우리는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이 예고된 어족도로 향했다. 바위에 새겨진 ‘咫尺’이라는 낱말이 그토록 가슴에 와 닿는 순간이 있었을까. 북한을 지척에 두고 좁은 물길을 따라 작은 배를 타고 갔다. 북한군 초소에서 총을 맨 인민군이 우리를 향해 왔고 먼저 말을 건다. ‘시계 주세요.’였다. 일행 중 한 분이 망설임 없이 시계를 내어주고 우리는 배를 돌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이러니한 그 장면은 한 동안 마음속에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드디어 우리는 영광의 고구려 유적을 찾아 집안으로 이동했다. 장군총, 광개토대왕비, 능, 오회분 5호묘, 국동대혈 등을 답사하며 고구려의 기상과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남의 땅에서 무분별하게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또한 중국 변방 부족의 역사로 왜곡되어 기술되고 있는 것을 보며 답답한 가슴을 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우리는 밤기차를 타고 이도백하, 백두산의 영험함을 온 몸으로 느낄 그 곳으로 갔다. 높고 장대한 백두산, 웅장하며 푸르른 천지, 그리고 너무도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야생화 등 눈 안에 들어오는 모든 장면이 그냥 그대로 장관이었다. 그 순간의 감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첫 등반에 천지를 본 행운에 감사하며 우리는 벅찬 감동을 가슴에 담고 우리의 마지막 일정을 향해 내려왔다.

항일독립운동의 핵심기지로 우리 민족의 애환이 살아있는 용정, 연길, 목단강으로 이동하였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일송정에 올라 함께 ‘선구자’를 부르며, 대성중학교에 모셔진 윤동주님의 영정를 보며, 이상설님이 고종에서 눈물로 호소한 상소문을 보며, 우리는 소리 없이 눈물짓고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끝없이 펼쳐지는 만주 벌판, 한 때는 영광의 대제국으로, 또 한때는 잃어버린 조국을 찾고자 혼을 불사른 독립투사의 항전지로, 그리고 지금은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우리 조선족 하얀 지붕의 고결함으로 가득한 그 곳에서의 지난 모든 경험은 한 개인으로서 갖게 된 소중한 추억을 넘어서 역사를 공부하는 학자로서,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 주었다.

뜻 깊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주신 답사 주최 측 여러분과 깊고 넓은 학문적 지평을 열어주신 교수님들, 오랜 여행기간 동안 모든 감동을 함께 공유했던 여행 동지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회원 한 명 한 명을 살뜰히 보살펴주신 남경희 학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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