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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의 비극
소포클레스의 비극
  • 최승우
  • 승인 2023.03.28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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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횔덜린 지음 | 소포클레스 원저 | 장영태 옮김 | 부북스(BooBooks) | 300쪽

독일 시인 횔덜린은 시 외에도 소설 『휘페리온』, 미완성의 비극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을 썼으며, 그리스 시인 핀다르의 시와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를 번역했다.

특히 소포클레스의 비극 번역은 서구의 시인으로서 그리고 근대의 비평가로서 외국 문학에 대한 횔덜린의 진지한 수용 의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횔덜린의 육필원고는 전해지지 않지만, 자신이 최종적으로 교정을 본 2편의 소포클레스 비극의 독일어 번역본 『소포클레스의 비극들』이 발행된 것은 1804년 라이프치히 춘계박람회 개최 기간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빌만스가 2권으로 펴낸 이 번역본의 제1권에는 비극 『오이디푸스 왕』이, 제2권에는 비극 『안티고네』가 각각의 주석과 함께 실렸다.

『소포클레스의 비극들』이라는 제호를 보면 횔덜린이 소포클레스의 다른 비극들도 번역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횔덜린은 능동적 독자로 2200년 전의 소포클레스와 그의 작품을 만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대변하는 능동적인 독자로서 기원전의 작가와 작품을 만나 거기에 역사적 생명을 불어넣어 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대와 근대의 대화”로서 횔덜린의 소포클레스 비극의 번역과 주석은 수용미학의 탁월한 범례의 하나인 셈이다. 그것은 창작 못지않은 문학적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번역과 해석을 통한 고전의 새로운 수용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항상 필요하고 또 항상 열려 있음을 횔덜린의 소포클레스 비극의 번역과 해석이 분명하게 보여 준다.

횔덜린 문학의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은 그의 다각적인 수용의 역동성이다. 이미 소여된 것에 대한 집중적인 숙독과 수정작업, 의존과 거부, 강조점의 이동, 개정, 보완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탐구와 창작의 자세가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이 바로 『소포클레스의 비극』이다.

따라서 나는 나의 이 횔덜린의 『소포클레스 비극』의 한국어 번역이 이미 한국어로 잘 번역되어 있는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하나 더 하는 번역으로서가 아니라 소포클레스의 텍스트를 당대의 기대 지평에 맞추어 새롭게 살려낸 횔덜린의 작품으로 읽히기를 감히 기대하는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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