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1 00:00 (일)
[학이사] 어제를 돌이킬 아는 삶
[학이사] 어제를 돌이킬 아는 삶
  • 최인숙 동국대
  • 승인 2001.08.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8-13 14:56:01
최인숙 / 동국대·철학

현대 사회가 아무리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해도, 예전에 비해 오늘날의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권리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는 데에 많은 이들은 동의할 것이다. 그 근거는 현대 사회의 민주성에 있다. 아직도 사회의 구석구석에 남아있거나 새로이 부상하는 비민주성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는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는 민주화를 향해 노력해왔다고 할 수 있다.

사회의 민주화는 단지 형식적인 제도의 개선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의 민주화를 말한다. 진정으로 민주화된 사회는 구성원들의 삶이 왜곡될 수 있는 구조 및 장치가 최대한으로 제거되거나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사회이다.

대학 사회는 우리 사회 그 어느 곳보다도 민주적인 정신을 근본 이상으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대학 사회를 둘러보면, 그러한 이상이 무색할 정도인 면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시간강사 문제는 심각하다.

시간강사의 문제는 어찌 보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될 수도 있다. 현재의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대학의 교수직을 목표로 하였을 텐데, 그들 스스로 계산을 잘못한 것이라고. 어느 때쯤이 되면, 대학의 구조가 변화해, 전임교원의 수요는 적어지고(분야에 따라), 박사자격 소지자들의 수는 엄청나게 늘어나, 자연히 박사실업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을 그들 스스로의 계산착오로 돌릴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를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그들이 계산을 정확히 하도록,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도록 하지 못한 데에는 교수들의 책임도 있다.

그러나 책임질 사람이나 책임의 크고 작음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 중요한 사회 문제 중의 하나인 시간강사 문제를 적어도 대학의 구성원들로서 생각해보는 것이 당면한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할 따름이다.

우리 나라에서 시간강사의 위치는 아주 기이하다. 학력으로는 최고의 수준에 속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볼 때는 최하의 수준에 속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이들 중에서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이러한 문제가 당장 내게 닥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또한 시간강사들이 힘을 모아도 학교 당국에 위협적인 존재로 비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마치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 양 지내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시간강사들이 힘을 합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은 우리의 대학 사회 체제 속에서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부분적으로 그러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대학에 몸담고 있는 전임교원들이 중심이 돼, 시간강사 처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업의 성격에서 볼 때도 시간강사들과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교수들이다. 흔히 교수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연구와 교육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아주 좁게 해석하면 자기의 전문 분야에 대한 연구와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수의 과제를 그렇게 좁게 해석할 수만은 없다. 교수는 연구와 교육을 통해서 이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선도해야 하는 자이다. 그렇게 볼 때, 가장 가까이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모른 체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당위를 저버리는 것과도 같다.

강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를 생각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강사료 문제, 방학 동안의 무급 문제, 강사실 문제, 교내의 주차 조건, 도서관 이용 조건, 의료보험 및 직장 예비군 편성, 그리고 호칭 문제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한꺼번에 다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급하면서 해결이 용이한 문제부터 점차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서로 노력하고 인내하는 가운데 화합적인 대학 사회를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또한 전임교수가 되기 이전에는 시간강사였지 않은가. 교수가 된 것도 복된 일이지만,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복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