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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8] 봄이 왔다. 돌무덤에서 돌나물이 돋아난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8] 봄이 왔다. 돌무덤에서 돌나물이 돋아난다
  • 권오길
  • 승인 2023.03.22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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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나물
꽃은 8∼9월에 샛노랗게 피며, 먼저 꽃대 끝에 한 개의 꽃이 피고, 그 주위의 가지 끝에 다시 꽃이 피는 취산꽃차례(취산화서, 聚繖花序)를 이룬다. 사진=위키미디어

돌나물(Sedum sarmentosum)은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에서 자생하고 들녘이나 밭둑에도 자란다. 줄기는 옆으로 뻗고, 각 마디에서 하얀 잔뿌리가 나오며, 줄기는 곧게 서고, 높이는 15cm 정도이다. 잎은 보통 3개씩 돌려나고, 잎자루가 없으며, 긴 타원형 또는 바소꼴이고, 잎 양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중국과 한국이 원산지이고, 동남아, 북미, 유럽 등지에도 많이 도입(導入)되었다 한다.

“봄을 이기는 겨울 없다”라고, 드디어 봄은 오고야 말았다. 물 빠짐이 좋은 땅이나 돌밭에서 잘 자라는 돌나물은 꽃이 피기 전, 도톰하면서 윤기 나는 새순을 솎는다. 양지바른 밭둑에 일부러 잎줄기를 잘라 뿌려두었던 곳에서 벌써 보들보들한 잎이 자라난다. 칼로 솎아 소쿠리에 담기도 하지만 소복이 솟아나면 낫으로 꼴 베듯 베어서 담아가 티끌을 가려 다듬는다. 잎줄기를 자르지 않고 두면 금세 잎이 세어지고, 꽃을 피워 못 먹게 되기에 제때 자르고 나서, 곧 또 자르기를 연거푸 서너 번 한다.

돌나물은 봄나물로서 봄철 입맛을 돋우는데, 식이섬유는 부족하지만 풍부한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고, 베타카로틴과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다. 그래서 겨울을 이겨내면서 떨어진 면역력을 올려주고, 춘곤증을 예방한다. 또한, 풍부한 칼슘과 인산으로 뼈 성장과 건강을 도와주어서, 성장기뿐 아니라 골다공증이 있거나 갱년기 등에도 좋은 식품이다.

꽃은 8∼9월에 샛노랗게 피며, 먼저 꽃대 끝에 한 개의 꽃이 피고, 그 주위의 가지 끝에 다시 꽃이 피는 취산꽃차례(취산화서, 聚繖花序)를 이룬다. 5개의 꽃잎은 바소꼴로 끝이 뾰족하고, 수술은 10개이며, 꽃잎과 거의 같은 길이고, 열매는 하나의 볼록 나온 선을 따라 과피(果皮)가 벌어지는 단단한 열매인 골돌과이다. 골돌과(蓇葖果)란 열과(裂果)의 하나로 익으면서 열매가 벌어지는데, 작약 열매, 투구꽃 열매 따위가 이에 든다. 

돌나물은 다육식물(多肉植物, succulents)이라 건조나 직사광선에 무척 강하고, 또 줄기나 잎은 잘라 아무렇게나 땅에 뿌려두어도 잘 자란다. 줄기 어디를 잘라도 뿌리를 잘 내리므로 따로 옮겨 심을 필요는 없다. 또 돌무덤에 잘 자라기에 ‘석상채(石上菜, tonecrop)’란 이름이 붙었으며, 중국에서는 덩굴식물(trailing plant)로 화분에 키우는데, 화분에 심으면 줄기(덩굴)를 축 늘어뜨린다고 ‘수분초(垂盆草)’라 한다. 이른 봄에 산채 등도 나지 않고, 생채를 먹을 수 없을 적에, 일찌감치 비타민들을 공급할 푸성귀로 먹을 수 있었으니 ‘귀한 나물’이란 뜻으로 ‘돈 나물’이라 불렸을 것이다. 또한 돌나물(stringy stonecrop)은 옛날 환난(患難)에 불타 버린 절터에 목이 달아난 무두불(無頭佛)과 돌담, 돌무더기, 바위틈에 피었다고 한다. 유달리 돌을 좋아하는 돌나물이 무두불의 전신을 에워싸고 머리 부분으로 수북이 뭉쳐 피어, 마치 부처님 전신에 황금 갑옷을 입힌 듯했다고 ‘불갑초(佛甲草)’라 불렀다 한다. 

어린줄기와 잎은 김치를 담가 먹는데 향미가 나고, 연한 순은 나물로 한다. 돌나물 물김치는 소금·파·마늘·생강·고춧가루 양념에 찹쌀풀을 넣어 하루 이틀 익혀 먹고, 생채 그대로 초고추장에 버무려도 먹기도 한다. 돌나물은 무침, 물김치, 비빔밥, 전, 샐러드를 해 먹는데, 특별히 한국 사람들이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다고 한다. 우리 아내도 즐겨 먹기에 나도 따라 벌써 돌나물 물김치를 얻어먹었다.

돌나물 채소 향미(香味)는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린다. 즉, 돌나물 향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은 특유의 향이 있는 채소 정도로 느끼고 먹지만, 돌나물 향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풀 비린내가 역겨울 정도로 진하게 느껴져서 먹기 힘들어한다. 오이와 같은 열매채소를 향 때문에 못 먹는 사람들과 비슷하다 하겠다.
한의학에서 돌나물은 ‘청열소종해독(淸熱消腫解毒)’에 쓴다고 하니, ‘염증을 가라앉히고 부은 것을 내보내며 독과 노폐물을 배출한다’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감기 등에 따른 가벼운 염증뿐 아니라 간염으로 인한 황달과 폐렴으로 인한 기침·객혈 등 심한 염증 및 염증성 질환에도 효능이 있다. 그리고 해독 성분이 들어 있어 종기가 나거나, 데었을 때, 독충이나 뱀에 물렸을 때 꽃을 찧어 붙이기도 한다. 

돌나물에는 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사르멘토신(sarmentosin)이 들어 있다. 그리고 한방에서는 불갑초라 하여 해열·해독·타박상·벌레 물린데 처방하였으며, 민간에서는 곪은 상처에 돌나물즙을 바르거나 항암 치료제로 썼다. 북한이나 중국에서의 임상 자료를 보면 급·만성간염, 전염성 간염, 방광염, 췌장염 등에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에서는 유산 유발을 목적으로 이 식물을 이용한 기록이 있으므로 임산부는 약용(藥用)하지 않는 것이 옳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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