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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화/과학』113호 
계간 『문화/과학』113호 
  • 최승우
  • 승인 2023.03.15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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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와 책임, 10·29 이태원 참사’ 특집호 발간

 

‘애도와 책임, 10·29 이태원 참사’ 특집은 10·29 이태원 참사에서 중요한 정치적, 윤리적 쟁점으로 떠오른 ‘애도와 책임’의 문제를 다시 사유함으로써 사회적 참사 맥락에서 유가족 중심 사회운동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실천 방식, 다른 정치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제안하려는 시도이다.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었고, 대통령부터 참사 발생에 책임질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이 ‘무한책임’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데, 사회적 참사 맥락에서 국가가 애도와 책임 영역을 선제적으로 점유하고 (탈)정치화한 것은 10·29 참사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참사 대응 전략은 그동안 시민사회가 전유해왔던 애도와 책임의 의미를 재-전유함으로써 사고를 조기 수습하고자 한 것으로 읽히는데, 그 의미와 효과를 드러내고 밝힘으로써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다하는 조건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지난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앞두고 꾸려진 ‘전국재난피해가족연대’의 기자회견에서도 사회적 애도의 (불)가능성 문제가 사회적 참사 피해자 운동의 중요한 동인(動因)임을 확인할 수 있었음. 이번 특집기획은 10·29 참사만이 아니라, 지난 20~30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발생한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공통의 과제로서 애도와 책임의 문제를 사유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특집에는 일곱 편의 글이 실렸다. 10·29 참사 직후 정치적, 윤리적 쟁점으로 떠오른 애도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네 편의 글과 사회적 참사를 국가폭력, 재난 서사, 책임 규명의 문제로 확장한 세 편의 글이다. 일곱 편의 글은 각자의 시각으로 10·29 참사를 바라보면서도 애도와 책임의 문제를 중요한 쟁점으로 다루고 있고,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사유와 실천, 정치의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정원옥의 「애도를 위하여: ‘10·29 이태원 참사’」는 이번 특집의 총론에 해당하는 글로, 10·29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쟁점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특히, 사건의 명명과 희생자 이름 공개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을 분석하면서, 애도, 사고-보상, 무한책임으로 구성된 윤석열 정부의 애도의 통치술이 유가족과 시민들이 애도의 주체로 형성될 가능성을 가로막았다고 비판한다. 그는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한 정치·사회적 조건을 만들어가는 사회운동의 전략으로서 ‘애도의 정치’ 가 갖는 (불)가능성을 다시금 사고하고 행동할 것을 제시한다. 

이동연의 「국가 통치성, 애도의 문화정치, 예술의 자율성: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말하게 하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이태원 참사 국면에서 국가의 생명관리장치가 문화와 예술의 장을 어떻게 통제·관리하는지, 이 참사의 국면에서 문화예술인들은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국가의 통치성’, ‘애도의 문화정치’, ‘예술의 자율성’이라는 세 가지 토픽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이해수는「금기가 된 카니발과 애도의 위계: 우리는 왜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지 못하고 있는가」에서 재난이 예외 상황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재난과 함께 성장한 젊은이들에 주목한다. 이 글은 한국사회가 카니발과 놀이에 대해 금기시해온 방식이 참사 직후 희생자를 향한 비난과 혐오에 어떻게 투영되어 있는가를 문화사적 관점에서 풍부하게 통찰한다. 

김성일은「애도의 정치를 가로막는 퇴행적 정치 형태에 대한 비판」에서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통치하는 재난’과 ‘대응사회운동’이라는 두 가지 쟁점을 통해서 어떻게 정부가 안전사회라는 미명으로 퇴행적 정치 행동을 실행하는가 살펴본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통치하는 재난과 보수 우파의 대응사회운동에 맞서되 목적론적 방식이 아닌 구성주의적 방식으로 애도의 정치를 새롭게 만들어내야 함을 피력하고 있다. 

최성용의 「사회적 참사가 일깨워준 감각: 건국신화 없는 나라의 반복되는 국가폭력」은 한국사회의 오래된 ‘도덕적 무정부 상태’의 역사와 ‘국가폭력’의 맥락에서 이태원 참사를 다룬다. 그는 근대 국가건설(nation-building) 시기에 경험했던 국가와 지배층의 몰도덕성과 직무유기는 대한민국이라는 신생국의 도덕적 파산과 폭력에 대한 원초적 경험으로 각인돼 있으며, 오늘날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재난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주희의 「10·29 이태원, 국가주의적 재난서사와 대항적 재난서사」는 재난서사가 참사 이후 피해자와 정부, 언론, 시민들의 행위를 통해 구성된다는 점에서 착목하여 국가주의적 재난서사와 이에 대항하는 재난서사가 어떤 지배적 규범 속에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고, 10·29 참사에서 나타난 국가주의적 재난서사의 특이성을 분석한 후 이에 대항하는 재난서사를 어떻게 실천적으로 구축할 것인지를 모색한다. 

미류의 「10·29 이태원 참사와 책임, 그리고 정치」는 세월호 참사에서 시작된 책임의 문제를 돌아보며, 이태원 참사에서는 다른 투쟁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쓴 것이다. 국가가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류는 새로운 책임의 구조를 밝히는 질문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진상 규명을 원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질문, 어떤 책임을 묻고 어떻게 벌할지를 밝히는 질문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책임의 구조를 새롭게 세우며 공유된 책임의 질서로서의 국가를 만드는 책임 규명 정치의 시작이라고 본다.

* 동시대 분석
이번 호 ‘동시대 분석’에는 세 편의 글이 실렸다. 김형식은 「좀비, 나를 죽이러 온 나의 해방자: 좀비로 보는 사회적 참사와 반란의 간략한 역사」에서 어떤 법적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고 사회와 생명에서 배제된 ‘호모 사케르’의 형상으로 ‘좀비’를 제시하며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김성윤은 「‘오은영’이라는 사회적 증상」에서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문화가 지닌 현대사회에서의 의미와 문제를 논의한다. 내담자의 사적 경험이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낼 공적인 것이 되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정치성과 그 의미를 분석한다. 박영주는「작은도서관을 아십니까?」에서 ‘밤토실어린이도서관’ 관장으로 함께했던 에피소드들을 통해 작은도서관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소개하면서, 현재 작은도서관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대처해 나갈 방향을 모색한다. 

* 텍스트의 발견
박상은의 책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진실의 힘, 2022)을 이봉규가 비평했다. 이봉규는 「세월호 참사 재난 조사를 성찰하고 과제와 마주하다」에서 박상은의 책을 세월호 참사와 이후의 궤적을 밀도 있게 탐색한 기록이자 재난 조사의 실패 원인을 날카롭게 분석한 기록으로 평가한다. 그는 세월호 재난 조사의 난점을 되짚는 박상은의 책이 이태원 참사 이후의 재난 조사 방식과 대응에 중요한 준거점이 된다고 본다. 

* 이론의 재구성
한국 문화연구와 문화운동에 큰 족적을 남긴 원용진의 정년 퇴임을 기념하면서 특별대담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글이다. 이광석 공동편집인이 진행을 맡고 그의 제자이자 문화연구자 홍성일, 페미니스트 미디어 연구자 김수아가 대담자로 함께 참석했다. 이번 대담에는 지난 세월 미디어연구와 문화연구의 패러다임을 선도했던 그의 세세한 기억과 더불어 그가 추구해온 공동체의 의식과 수평적 대화의 의미, 연대함으로써 생기는 힘이 매우 인상적으로 담겨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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