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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문화 (계간) : 봄 [2023년] vol 118
황해문화 (계간) : 봄 [2023년] vol 118
  • 최승우
  • 승인 2023.03.07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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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얼문화재단 편집부 | 새얼문화재단 | 424쪽

미중 갈등과 한국의 선택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앤데믹으로 바뀌고 있다. 삼 년여에 걸친 감염병 위기가 끝나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작년 이맘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언제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훨씬 오래전부터 논의되던 기후위기는 점점 더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런 여러 위기와 연결하여 자주 이야기되는 경제 용어로 ‘공급망’ 또는 ‘공급사슬’이 있다. 다른 맥락에서 만들어 쓰던 용어인데, 경제 외적 요인이 경제에 혼란과 어려움을 일으키는 경로 중 하나를 가리켜 쓰기도 한다.

한파와 화재 그리고 코로나19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줄어들면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현상이 한 예다. 요즘은 ‘가치사슬’도 많이 쓴다. 워낙 많이 쓰는 용어들이니 이제는 보통 사람의 귀에도 익었을 것이다.

이처럼 ‘공급사슬’이나 ‘가치사슬’이라는 용어를 듣는 일이 요즘 더 많아졌다. ‘탈동조화’라는 단어를 함께 듣는 일도 많다.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염두에 두고 내놓는 여러 조치를 가리켜 쓰는 단어와 용어다.

그 조치의 직접적인 목적은 명백하다. 반도체와 배터리를 비롯한 몇몇 산업 부문에서 기존의 가치사슬을 바꿔 중국 기업이 배제된 미국 주도의 새로운 가치사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조치의 대상은 미국 기업만이 아니라 외국 기업도 포함하며, 방법으로는 유인만이 아니라 강제도 수반한다.

미국 기술이 들어간 일부 반도체 부품과 생산 장비를 특정 중국 기업에는 팔지 못하게 하는 수출통제개혁법ECRA과 행정명령이 그 예다.

작년 8월에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도 그 목적과 대상을 공유한다.

미국은 자국 법령만이 아니라 관련 국가들과의 협상이나 동맹도 수단으로 삼는데, 작년 5월에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현재 추진 중인 칩4Chip4가 그것이다.

반도체와 배터리를 비롯한 몇몇 산업 부문에서 중국이 배제된 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한 미국의 여러 조치와 구상은 우리나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우리 정부와 기업에 손해를 수반하는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 파악하고 어떤 선택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특히 정부는 기업의 이익과 다를 수도 있는 국익을 극대화해야 하며, 경제만이 아니라 안보와 평화도 함께 추구해야 하기에 그 선택이 더욱 복잡하고 어렵다.

따라서 『황해문화』 편집위원회는 이러한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을 겨냥한 경제적 공략이 특히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나아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군사안보적 긴장을 야기하는 문제를 직시하면서 그 엄혹함의 강도를 2023년 봄을 맞는 특집에서 점검하고 그 귀추를 주목하고자 한다.

이는 우선 미중 관계의 긴장 국면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외재적 요인에 의한 위기 국면은 세계적인 지배체제의 재편-세계사적 전환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본연을 틀어쥐고 통찰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을 벼려내고 이에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진정한 주체 역량의 소재를 확인하는 함의가 크다 하겠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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