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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계간) : 봄 [2023] 142호
역사비평 (계간) : 봄 [2023] 142호
  • 최승우
  • 승인 2023.03.07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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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소 편집 | 역사비평사 | 368쪽

‘손상’된 시민의 공간과 냉전 동아시아
―정상성에 포섭된 비정상의 장애화

역사비평 2023년 봄호 특집 주제는 “‘손상’된 시민의 공간과 냉전 동아시아”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손상’이다.

근대가 ‘손상’, 즉 무언가 문제가 있거나 비정상이라고 규정한 것들이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화, 다른 말로 ‘정상성’ 속에 포섭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정상성’에 대한 인문학적 비판 및 성찰을 수행하고자 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역비는 특별히 냉전하 한국과 동아시아의 여러 공간/지역에 주목했다. 먼저 한봉석은, 미국발 ‘자조’ 담론이 한국에서 ‘자활’ 담론으로 변주되는 과정에서, 자활의 대상이 되었던 마을 주민들이 손상된 주체로 재의미화하는 과정을 밝혔다.

이는 특집 전체의 기조를 잘 보여준다. 이어 임송자는 제주 4·3 관련 냉전공간 중 국가권력과 손상된 주체가 경합하는 장으로서 ‘수용소’를 다루고 이것이 반공주체 형성에 끼친 영향을 밝혔다. 조은정은 해방 후 38선 분할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공간의 손상 과정에서 한반도 이남이 이북을 ‘왜상화’하는 양상과 그 특징을 밝혔다.

오제연은 베트남전쟁 당시 열전의 공간 베트남에서 한국 대학생이 발견한 베트남인의 비정상/손상 및 그 속에 담긴 ‘순치’와 ‘균열’ 지점을 밝혔다.

끝으로 박철현은 타이완 송환 한국전쟁 ‘중공군 포로’와 ‘퇴역군인’ 등을 관리했던 타이완의 ‘영예국민지가(榮譽國民之家)’가 냉전공간으로서 냉전주체를 창출하는 모습을 밝혔다.

‘손상’ 개념을 통해 냉전 동아시아의 정상성을 역사적, 인문학적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이번 특집의 시도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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