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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들의 ‘충격적인’ 중복투고 관행
진단 :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들의 ‘충격적인’ 중복투고 관행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08.02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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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중 4명이 중복투고…같은 논문 3곳에 게재하기도

▲ 국민대 행정학과 A 교수는 위의 그림에서 보듯 한 논문을 3곳의 학술지에 중복 게재했다.

표절의혹으로 불거졌다가 논문 중복투고, 업적 부풀리기 등으로 확대된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태의 충격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와 유사한 학계의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놀랍게도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중 3명이 논문 중복투고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총리의 해명 발언 가운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점에 주목하여 이 학과 교수 8명의 업적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정보정책, 국방정책을 전공하고 모 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국민대 A 교수의 경우를 보자.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가 펴낸 ‘安保學術論集’ 4권 2호(1993.12)에 실린 ‘한국안보부담이 사회·경제 분야의 기능에 초래한 영향; 시계열 자료를 이용한 다단계 동시연립방정식 분석’이란 논문은 그 내용 그대로 제목만 바꿔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소 발행 ‘사회과학연구’ 6호(1993, 12)에 실린다. 바뀐 제목은 ‘한국국방부담의 정치경제적 영향’이다. 그런데 이 논문은 그 다음해 한국정책학회의 ‘한국정책학회보’에 ‘국방지출의 사회경제적 영향: 한국의 경우(1963~1990)를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또 실려 있다. 제목의 ‘안보부담’을 ‘국방부담’으로, 다시 ‘국방지출’로 바꿔가며 사용한 것이다.

당시는 등재지 개념이 없던 때이지만, ‘한국정책학회보’는 1999년 등재후보지로 지정된 후 2001년 등재지가 된 그 분야 대표적 학술지임은 분명하다. 국민대 '사회과학연구'도 12호(1999)에 실린 '원고제출 및 집필요강'을 보면 "사회과학연구에 게재하는 논문은 타 학술지에 게재된 적이 없고, 독창성을 갖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분명히 밝혀져 있다. 교내 학술지라 해서 중복게재해도 된다는 김 부총리의 해명과는 다르다. 또 이와 관련해 국민대 측은 "사회과학연구에 게재된 논문은 교수업적평가시 업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이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A 교수는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조교 말로는 1편인가 있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그런 후 그는 “맨 처음 것은 국방대에서 용역을 받은 후 낸 보고서이고, 사회과학연구소에 실은 것은 내용적으로 축약한 것이고, 정책학회보에는 처음의 글을 학술지 논문 형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학과 또 다른 B 교수는 1998년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소 학술지에 실은 ‘사이버스페이스와 한국의 정치·행정’을 그 다음해 2월 한국공공정책학회의 ‘공공정책연구’에 ‘전자민주주의와 한국의 정치·행정’으로 다시 싣는다. 내용은 글자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B 교수는 비교적 최근인 2002년에도 중복투고를 하고 있다.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의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제9호에 실린 ‘첨단산업단지의 성공과 국가역할’은 2001년 정보통신부의 지원 아래 이뤄진 연구결과물이다. 그런데 이 논문은 2002년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소의 문제의 학술지에 다시 게재된다. 제목은 ‘지방정부의 성공적 정보산업단지 사례연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리서치트라이앵글 육성전략’이라고 아주 길고 구체적으로 바뀌어있다. 본문도 부분적으로 수정하고 문장도 많이 손봤지만, 내용은 달라진 것이 없다. 물론 각주에 “보다 큰 프로젝트 연구결과의 일부분”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정확하게 하려면 “사이버커뮤니케이션지에 실렸던 논문을 수정보완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C 교수다. 그는 1996년 10월 한국행정연구원이 펴낸 ‘한국행정연구’ 제5권 3호에 ‘情報化社會에 있어서의 逆機能과 對策’이란 논문을 발표한 후 이 논문의 ‘컴퓨터범죄와 정보화사회’라는 章을 삭제한 후, 이제는 이름을 거론하기도 민망한 국민대 ‘사회과학연구’ 9호에 ‘정보화 사회와 프라이버시’라는 제목으로 재발표했다. 내용을 더하고 발전시켜도 모자랄 판에, ‘컴퓨터범죄’ 부분을 삭제한 후 실어 의문을 남긴다.

C 교수는 그 후 2001년 발표한 ‘일본의 개방적 융합연구제도 분석과 함의’(공공정책연구)라는 논문을 상기 거론한 국민대 책자에 ‘일본의 산학연 협동연구에 관한 연구’라고 다시 발표하기도 했다. 본문에서 상당부분의 ‘개방적 융합연구’를 ‘산학연 협동연구’로 바꿨다.

이런 사례들에 대해 당사자인 B 교수와 C 교수의 해명을 듣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무튼 사의를 표명한 김 부총리를 포함해, 현재 확인된 것만으로도 8명의 교수 중 절반이 중복투고 경험이 있는 것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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