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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경의 세계만화읽기<2>
보험외판원 무슈로의 도시-밀림 기행
성완경의 세계만화읽기<2>
보험외판원 무슈로의 도시-밀림 기행
  • 교수신문
  • 승인 200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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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3 12:44:13
 ◇ 프랑스와 부끄의 '벽을 뚫고 출몰하는 상어'. 우리나라에 번역된 '제롬 무슈로의 모험'의 연작중 하나다.

<인하대 교수·미술교육>

만화는 본질적으로 개념을 담아내는 그림이다. 연필 한 자루와 종이 한 장만 있으면 가능한 이 개념적 드로잉의 세계는 회화와 문학, 영화와 건축을 능가하는 자유스러움으로 충만하다. 이 자유를 가지고 부끄는 순백의 종이 위에 찍은 하나의 점으로부터 선과 면, 공간과 시간, 원근법과 색채, 그리고 만화의 문법에 이르기까지 호모 그라피쿠스(그림을 그리는 인간)의 모든 시지각 전통을 뒤집는 화려한 유희를 펼친다. 이 유희 속에서 유클리드로부터 알베르티, 세잔느로부터 칸딘스키, 땡땡으로부터 슈퍼맨에 이르는 건축과 회화와 만화의 그래픽 문법이, 흔들리고 무너지며 마술로 새롭게 태어난다. 만화적 상상력 자체에 대한 종횡무진의 뒤집기 놀음, 그것이 부크의 만화다.

그러나 부끄의 만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의 만화는 특유의 유머와 개그를 통하여 만화가 어떻게 삶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현실과 환상이 교묘하게 교차되면서 현실 세계의 자기모순적 상황이 드러나는 데에 그의 만화의 묘미가 있다. 그의 첫 번째 성공작 ‘인류 모험의 선구자들’은 풍부하고 격렬한 사실주의적 스타일로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온갖 반어법적 상황 속에서 도시와 정글, 문명과 야만, 인간과 동물, 삶과 죽음 등 서로 대립되는 요소들을 뒤섞고 있다. 이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무슈로라는 인물은 이후의 ‘제롬 무슈로 모험 연작’으로 대중적 히어로가 되었다.

제롬의 직업은 보험외판원이다. 표범가죽 바지를 입고 만년필로 코뚜리를 꿴 정력이 넘치는 두툼한 얼굴과 땅딸막한 체구의 이 중년 남자에게 보험은 단순한 상품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는 이 세계를 온갖 맹수들의 위협으로 가득찬 정글로 이해하며, 이같이 위험한 세계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세계의 위험을 정면돌파하며 갖가지 기발한 모험을 겪는다.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도시 속의 ‘벵갈 산 호랑이’(아내가 그를 부르는 애칭)로서의 그의 모습은 여간 매력 있는 것이 아니다. ‘벽을 뚫고 출몰하는 상어’에서 제롬은 퇴근길에 금붕어인 줄 알고 빨판상어를 사온다. 이 상어새끼에 자극 받은 거대한 상어가 집안의 벽을 뚫고 출몰하면서 무슈로의 기상천외한 5차원 공간의 모험담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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