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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소메티카
카메라 소메티카
  • 최승우
  • 승인 2023.02.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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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 지음 | 갈무리 | 304쪽

영화학자 박선의 첫 번째 단독 저서. 회화 세계를 참조한 일곱 편의 영화를 분석한다. 영화와 회화의 비관습적 만남이 제기하는 여러 논점을 살피며, 뉴미디어 시대, 포스트-시네마 시대의 관객성을 표현하는 말로서 ‘카메라 소메티카’를 제안한다.

『카메라 소메티카』는 저자의 새로운 예술론을 집약하는 조어이다. 이 용어를 이해하려면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와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라는 미학 용어들에서 출발해야 한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환영이 비친 검은 방으로, 영상매체의 원형을 나타낸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보는 자는 해부학자와 같은 눈으로 벽면에 비친 이미지를 검시하고 판독하는 주체이다. 카메라 루시다라는 용어는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가 사용한 용어이다.

바르트는 사진철학을 전개하였는데 복제 이미지를 완벽하게 독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화가들의 모사 도구인 카메라 루시다라는 용어를 빌려 모든 사진이미지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서의 잔여물이 침전돼 있음을 지적하였다. 바르트는 이것을 ‘푼크툼’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보는 사람은 이미지를 관망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자신의 희로애락을 투사한다. 무엇이든 보는 자의 정동 반응과 결합해야만 그 의미를 얻는다. 관객 없이 예술작품이, 회화가, 영화가 존재할 수 있을까? 게다가 뉴미디어 시대에 수용자는 이미지와 촉각으로도 교유한다.

이미지를, 그리고 예술을 다중이 자기 것으로 가져와 변형하고 활용하며 체화하는 것이 용이해진 시대이다.

그래서 저자는 뉴미디어의 수용자는 이제 신체와 감각을 동원해 가상 이미지를 체험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경험적 현실의 일부로 전유한다고 본다.

이러한 복제 이미지의 신체화를 표현하기 위해서, 이 책은 몸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 소마soma를 차용해 ‘카메라 소메티카’camera somatica라는 표현을 제안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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