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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300년
건축, 300년
  • 최승우
  • 승인 2023.02.2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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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지음 | 효형출판 | 334쪽

로스 하우스부터 IFC 서울까지
도시의 풍경을 바꾼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를 추적하다!

날카롭게 깎인 직육면체와 구름을 닮은 곡면… 불과 십수 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낯선 형태들을 도시 곳곳에서 마주한다.

‘IFC 서울’, ‘DDP’, ‘부산 영화의 전당’ 등, 형태에 대한 설명조차 힘든 건축물들이 어느새 우리 곁의 친숙한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어떻게 일상 공간으로 스며들었을까? 설계자 자하 하디드와 쿱 힘멜블라우는 어디서 영감을 얻은 걸까? 우리는 왜 이런 건축물에서 낯섦과 유희를 동시에 느끼는 걸까?

저자는 그 답을 찾아 3세기에 걸친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건축물을 중심으로 현대 건축의 과거를 추적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빈의 맨홀’이라 평가받았지만 모더니즘 건축의 시초가 된 로스 하우스, 흡사 기계와 같은 외관을 지닌 퐁피두 센터까지 건축가들이 왜 그런 건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당대 사회적 맥락과 연결해 설명한다.

거기에 지금까지 그다지 관심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한국의 건축물, 이를테면 파주의 탄탄스토리하우스, 전주시청사, 국립민속박물관, 종로 주얼리 비즈니스 센터, 청담동의 카페들 등이 세계 건축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조명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축 외의 ‘주변’, 곧 건축의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노라면 끝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사고방식과 그 근원에까지 다다른다.

저자는 현대 건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요소를 ‘부의 집중’ 현상으로 본다. ‘부’가 집중될 때 건축의 장식적 요소가 늘고, 반대로 ‘부의 집중’이 약해질 때 장식적 요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피터 아이젠만의 직육면체 삐뚤빼뚤 쌓기, 쿱 힘멜블라우의 찌그러진 직육면체, 그리고 프랭크 게리의 곡면에도 예외는 없다.

그 추세를 현재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세계 도처에서 ‘부의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부’를 뽐내는 독특한 현상이 포착된다.

저자에 따르면 ‘장식이지만 장식 아닌 척하는’ 건축이 도시에 자리하고 있다. 결국, ‘부의 집중’이 강화되는 시대적 흐름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이 지금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건축의 미래를 묻게 한다. ‘부의 집중’은 어디까지 진행되며, 우리 도시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건축가의 영감은 어디서 싹텄고 어떻게 도시에 스며들었을까? 저자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그 여정이 끝나면 미래 건축이 손짓할 것이다. 그리고 도시에 대한 사유의 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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