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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에 저당 잡힌 건강
의료산업에 저당 잡힌 건강
  • 강신익 논설위원
  • 승인 2006.07.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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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강신익 / 논설위원·인제대 ©
대통령 직속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11일 의료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주요 내용은 서비스의 질이 좋은 의료기관에 더 많은 보상을 주는 방안, 의료기관의 경영투명성 보장방안, 해외환자 유치방안, 민간보험의 역할규정 등이다.


일부 보수신문은 이 방안이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보류하고 민간보험의 참여를 제한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퍼붓는다. 보험업계도 강력 반발하여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를 완전한 의료자유구역으로 만들어 해외의 자본과 기술과 인력을 무제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한미 FTA협상에서는 한국의 약값인하정책이 주요 쟁점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모든 의약품을 보험 약으로 등재하는 현행 약값 결정방식을 비용대비 효과가 우수한 약 위주로 선별해 등재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내놓자, 미국 정부와 다국적 제약업체가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여기에 특허기간 연장까지 요구한다고도 한다.


보수신문과 보험업계와 미국의 주장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이익을 추구하는 걸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자본에 의한 무차별적 이익 추구 과정에서 잊기 쉬운 건강과 의료의 관계와 가치를 상기하고, 의료산업이 다른 산업과 구별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려고 할 뿐이다.


자본이 이익의 추구를 목표로 한다면 의료는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자본의 이익 추구에는 한계가 없지만 사람의 건강은 투여된 자본이나 서비스에 비례하지 않는다. 건강은 기본적 권리이고 목적인 동시에 가치이며, 수단으로서의 재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초에 건강을 자본주의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제약기업과 보험업계의 영업권은 기본권인 건강권의 협상 상대가 될 수 없다.


미국이 GDP의 15%를 의료비에 퍼부으면서도 전 국민의 1/4이 아무런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형편없는 의료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자본의 영업권을 건강권과 동등하게 취급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6% 내외의 의료비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급여를 제공하면서도 미국과 별 차이 없는 건강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가 한 수 위다.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는 공공의료부문을 확대해 돈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는 일과 투자이익의 극대화를 보장해 주는 일 중 어떤 것이 먼저인지는 분명하지 않은가. 이제 의료산업에 볼모로 잡혀있는 건강을 구해내 자본이 아닌 사람의 건강을 되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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