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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다
물러나다
  • 최승우
  • 승인 2023.02.28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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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암 촘스키·비자이 프라샤드 지음 | 유강은 옮김 | 시대의창 | 180쪽

대원로 비판지성 노엄 촘스키,
일극패권 쇠퇴와 ‘신냉전’ 질서 속에서
불량국가 미국의 실패한 전쟁을 돌아보다

전 세계 미국 패권 비판자들의 등대, 한 평생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집단에 정면으로 맞선 비판적 지식인, “미국 정부가 늘어놓는 거짓말과 전 세계 보통 사람들의 희망을 예리한 펜으로 서술”해온 1928년생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가 새로운 대담집을 출간했다.

그의 ‘제자’이자 ‘동료’, 인도 출신 언론인 비자이 프라샤드와 함께 촘스키는 일극패권 약화와 ‘신냉전’ 정세 속 위험한 확전으로 위기에 처한 세계의 한복판에 또다시 뛰어들어 지금의 국제 질서와 앞으로의 세계에 대해 분석하고 전망했다.

대원로 비판지성다운 품위와 함께, 95세의 촘스키 교수는 여전히 날렵한 지성과 관점으로 “지식인의 책무”에 매진하여 21세기 미국의 잔혹한 침략 전쟁 20년(이른바 ‘반테러전’)에 대한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폭로한다.

‘불량국가’이자 세계 최고의 ‘테러리스트 국가’ 미국의 21세기 대외정책은 정치적, 도덕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완전히 실패했으며, 일극패권의 취약성은 더욱 도드라지게 되었다는 것이 촘스키와 프라샤드의 분석이다.

침략, 제재, 점령으로 수십만 명의 목숨을 빼앗고 수백만 명을 기아와 빈곤으로 내몬 미국 지배계급의 행태는 뉘른베르크 원칙을 적용해 나치처럼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할 중차대한 범죄다. 그러나 ‘서방’의 주류는 반성하지 않았고, 미국은 항상 그랬듯 한 곳에서 ‘물러나도’ 금세 또 다른 전쟁으로 나아갔다.

추악한 실패는 누적됐고 패권은 점차 쇠퇴했다. 하지만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채 중국, 러시아, 더 나아가 수많은 나라들에 시비를 걸고 복종을 강요하는 미국의 태생적인 ‘대부The Godfather’식 행태는 지금의 ‘신냉전’과 세계적 범위의 전쟁 위기 및 불안정을 파생시키고 있다. 세계는 어쩌면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기후 위기부터 세계대전 위협까지, 파국으로 치닫는 듯 보이는 세계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95세의 비판지성은 또렷이 힘주어 말한다.

“게임이 끝난 건 아니에요.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할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지요. 의지만 있다면, 재앙을 피해 훨씬 더 나은 세계로 분명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본질을 각성한 대중이 의지를 담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목표 지점은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대부’를 바로잡아 제대로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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