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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존재 이유
교수의 존재 이유
  • 김환석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6.07.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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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환석 / 편집기획위원·국민대 ©
요즈음 교수 집단에 대한 사회의 눈초리가 결코 곱지 않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 사이에서 여전히 교수는 가장 선망 받는 직업 가운데 하나이다. 아마도 다른 직업에서는 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특권이 아직 교수직에 부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로 교수 직업을 갖게 된 지 13년째로 접어들게 된 나는 교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교수로서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해 점점 크게 갈등을 느끼고 있다.

가장 큰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교수는 과연 실제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원론적인 대답은 교수란 기본적으로 학문을 탐구하여 발전시키고 이를 교육을 통해 후세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즉 교수라는 직업의 존재 이유는 학문에 있고, 따라서 무엇보다 학문에 관심과 자질이 있고 평생을 학문에 바쳐도 후회 안할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교수가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래야 교수직에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도 충족이 되고 교수 개인에게도 행복한 삶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자면 이 상식적인 원칙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외국 대학의 교수들과 비교해볼 때 더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과거 학위취득을 위해 유학생활을 영국에서 했었지만 그 때는 교수가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 경험을 한 것이라 교수사회의 현실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교수가 되어 영국 대학으로 1년간 안식년을 다녀오니 우리나라와 그곳 교수들의 모습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한마디로 그곳은 학문활동을 하는 교수와 학교의 보직 및 기타 사회활동을 하는 교수가 80:20이라면, 우리는 그 반대인 20:80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 교수 숫자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고 또 전문가이자 지식인으로서 교수가 불가피하게 맡아야 할 사회적 과제들이 많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내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 50이 되기 전에 이미 학문적 관심은 사라지고 오직 보직이나 관직 진출 또는 돈 벌기와 취미생활에만 열중하는 교수들이 많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들은 처음부터 학문이 자신의 궁극적 관심이 아니었거나 아니면 학문에 관심이 있었지만 우리 학계의 척박한 현실 때문에 학문에 흥미를 상실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 어느 경우가 되었건 학문이 중심이 되지 않는 교수사회는 사실상 이미 존재 이유를 상실한 집단이다.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나 출세의 징검다리로서 교수직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도 또 개인적으로도 비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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