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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교과서개편 등 現案으로 ‘후끈’
FTA·교과서개편 등 現案으로 ‘후끈’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7.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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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풍경_ 7월에 열린 학술대회들

7월 한달 50여회의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사업을 마무리하는 워크샵에서 국제심포지움에 이르기까지 형식과 내용도 다채로웠다.

“국제학술대회는 형식만 번지르르하다”는 비판과 달리, 올 7월 열린 국제대회들은 나름의 성공을 거둔 듯하다. 그 중 한국경제연구학회(회장 노성태)는 가장 뜨거운 현안인 ‘한국과 FTA’(고려대, 7.7~8)란 주제를 다뤘다.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세계적인 경제학자 60명이 다양한 견해를 보여줬다.

▲한국경제연구학회 ©
그 중 손찬현 요코하마국립대 객원교수가 ‘FTA가 회원국 소득격차에 미치는 영향’이란 발표에서 “FTA에 따른 소득격차는 우려와는 달리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FTA를 통해 소득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라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으나, “미국과의 협상에 연연해 할 게 아니라, 우리 경제여건에 맞춰 내부의견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등의 반론도 제기되는 등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최근 10년 동안 일본관련 학회는 20여개가 생겨나 4년 전부터 5개 학회가 모여 매년 ‘한국일본학연합회’를 개최하고 있다. 보통 1백~1백30편의 논문이 발표됐는데, 이번에는 2백20명이나 발표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한남대, 7.6~8). 키워드는 ‘문화를 통한 일본어의 코드 읽기’. 기존 연구들이 대부분 일본어 따로, 문화 따로인 분위기 속에서 서로 소외된 것을 넘어서고자, 언어를 끄집어내 문화를 읽는 것으로 진행된 주제는 문화학자들과 어학자들에게 많은 연구의 시사점을 제공했다.

 

▲한국일본학협회 ©

지방에서 학술대회를 열면 “교통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지 않다”는 이유로 참여율이 저조한 경우가 많다. 경동대에서 열린 ‘한말연구학회’(회장 조오현)도 하루 행사(7.14)로 규모를 줄였다. 반나절 만에 8명이 발표해 급박한 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논문은 있었다. 옥정달 경동대 교수의 ‘청각장애 아동의 언어발달특성’이 그것인데, 청각장애자 언어에 대한 논문은 그간 드물었을 뿐만 아니라, 발표자 자신이 청각장애의 경험을 갖고 있어 굉장히 실증적으로 연구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다. 여타 발표자들의 논문이 순수학문에 치중한 반면 옥 교수의 논문은 일반인들이 잘 알 수 없는 청각장애자들의 경험을 풍부히 담아 단연 눈길을 끌었다.

국어교육학회(회장 이충우)의 발표현장(공주교대, 7.7~8)은 지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뜨거웠다. 8차 교육과정개편을 앞두고 ‘국어교과서에 대한 비판적 점검 및 교과서 개발방향’이란 주제를 잡았는데, 검인정 체제로 바뀌면서 학회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인 듯하다. 김혜정 춘천교대 교수의 ‘외국의 자국어 교과서 분석을 통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분석’이란 논문은 미국과 독일의 국어교과서 사례를 다뤘는데, 다른 사례연구보다도 자료 검증이 훨씬 치밀했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동방한문학회(회장 박영호)는 ‘산문연구’를 쟁점으로 삼았다(경북대, 7.7~8). ‘한국한문학 산문의 전개와 발전 양상’에 대해 총 8명이 발표했는데, 심경호 고려대 교수의 방법론적 연구발표가 논의의 큰 차원을 이끌어갔다.

심 교수는 ‘한문 산문연구에 관한 몇 가지 제안’을 통해 한문산문연구는 △정통한문과 구별해 변격한문의 특성을 밝히고 고유어휘와 표현을 고찰해야 한다 △문맥적, 평가적, 해석적 이해를 종합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산문만 고립되게 연구하지 말고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한국수사학회(회장 전성기) 발표회(한국외대, 7.8)에서는 신학자가 참여해 흥미로워 보였다. 이은선 안양대 교수가 ‘멜랑히톤의 수사학과 로마서 주석’을 발표했는데, 수사학회에서 성경수사학을 논한 건 이번이 처음. 요즘 ‘수사비평’이란 학문이 새롭게 주목받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성경해석으로 수사연구가 확대되고 있었다. 이 외에도 한국고소설학회 등의 학술대회가 이어졌고, 넷째 주에는 한국언어학회 등의 학술대회가 예비되어 있다.

연구자들만이 아닌 활동가들과 중·고교 교사들이 참여해 매번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내는 환경교육학회(회장 최돈형)의 대회 주제는 ‘환경교육, 지속가능한 미래사회의 원동력’(공주대, 7.8~9)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교과서를 지속가능성 개념에 맞춰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부분 개정만 하고 ‘환경’ 자체에 좀더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나뉘었다. 토론이 진행되면서 ‘지속가능성’은 특정 교과과정에서 논할 게 아니라, 고차원적 수준의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졌다.

한국지역지리학회(회장 이재하)는 특별 심포지엄과 분과별 논문발표로 나뉘었는데, 이번 학술대회(강원대, 7.7~8)에서는 ‘강원권의 살기 좋은 지역사회 만들기’가 제시됐다. 옥한석 강원대 교수가 ‘강원권의 비전과 쟁점’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3명의 연구자가 각각 강원권의 발전에 대한 구상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어떤 연구자는 춘천을, 또 다른 연구자는 강릉을 내세우기도 하는 가운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문화역사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일자리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등 서로 다른 전략을 내놓았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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