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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교수노조 ① : 독일
외국의 교수노조 ① : 독일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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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3 11:45:58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보장받는 독일의 교수들은 총장선출이나 예·결산의 결정권한도 지니고 있어 대학내에서 이들의 지위는 우리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독일의 기본법 제9조 3항은 “근로조건 및 경제조건을 유지·개선하기 위해 단결체를 결성할 권리는 독일 국민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떠한 직업에도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방해하려는 약정은 무효이며, 이를 목적으로 하는 조치는 위법이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최대의 노동자 조직인 독일노조(DGB: Deutscher Gewerkschaftsbund)내에 경찰노조가 있을 정도로 독일의 노조 활동은 철저하게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또한 독일 노조활동을 규정하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산업별노조 원칙(Industrieverbandsprinzip)이다. 직위가 높거나 낮거나, 하는 일에 관계없이 사업장에 따라 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DGB내의 교육학술노조(GEW:Gewerkshaft Erziehung und Wissenschaft)에도 교수와 교사뿐만 아니라 사회교육기관이나 대학, 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실업상태인 교육자들도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GEW에는 97년말 현재 29만명이 참가하고 있다. 독일의 교수들은 GEW에 개별적으로 참가해 고등교육이나 연구 등의 영역에서 진보적 정책을 입안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GEW내에는 ‘대학 및 연구부서(Organisationbereich Hochschule und Forschung)’와 ‘여성정책부(Abteilung Frauenpolitik)’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2005년까지 독일대학내 여교수의 비율을 20%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신규채용시 1/3이상을 여교수로 충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GEW는 노조회원들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뿐만아니라, 교육 및 사회 정책적 압력단체로서의 역할에 힘써 각종 언론으로부터 ‘유일한 교육대안과 의견을 제시하는 단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독일의 교수들은 GEW 뿐만아니라 공무원이란 신분상 ‘독일공무원조합(DBB:Deutscher Beamtenbund)’에도 일부가 참가하고 있다. 독일 연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은 단결의 자유에 의거하여 노동조합 또는 직능단체를 결성하는 권리를 갖는다”고 단결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DBB’는 노동 조합이라기 보다 공무원 로비단체의 성격이 짙다.

현재 독일의 공무원들에게 단결권은 인정되나 단체협약체결권 및 쟁의권은 없다. 그러나 단체협약체결권을 대신해 ‘DBB’는 법규를 제정할 때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법률로 보장받고 있다. ‘DBB’의 ‘참여권’이 법적으로 ‘합의’나 ‘동의’하는 권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률안의 마련에 앞서 ‘DBB’의 대표와 내무장관 또는 고위관리가 협의를 가지는 과정은 단체교섭의 의미를 가진다. 또한 정치적인 이유에서 이 참여절차가 상당히 공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 독일에서 연구한 학자들의 설명이다. ‘DBB’내에서도 독일의 교수들은 교수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진보적 정책입안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독일의 교수들이 ‘교수들을 위한 노조’보다 ‘DBB’나 ‘GEW’에서 정책생산의 역할로 참여하는 경향에 대해 독일 드론트부트대에서 연구했던 이동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은 “노조제도의 특징보다는 독일 교수가 받는 고위공무원에 해당하는 사회적 대우와 신분적인 안정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홀거하이데 브레멘대 교수(경제학)도 독일과 한국의 교수여건이 다르다는 전제아래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분이 불안정하고 신자유주의의 공세가 대학까지 이어진다면 한국의 교수들도 대학당국과 정부에 맞서 취약한 위치를 옹호할 조직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교수조합이 교수라는 직업군을 위한 조직에 그칠 경우 직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압력단체로 발전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며 “노동조합운동 일반과 연대하는 조합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손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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