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ㅅ대 교육대학원에서 권 아무개 씨가 윤리교육전공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정보윤리에 관한 한 연구’는 전혀 ‘윤리적이지 않은’ 논문이었다. 논문의 핵심 章인 ‘Ⅳ. 정보윤리에서의 두 가지 접근’과 ‘Ⅴ. 정보윤리의 정립을 위한 통합적 접근’은 추병완 춘천교대 교수(윤리교육)의 저서인 ‘정보사회와 윤리’(울력)와 ‘정보윤리교육론’(울력)을 짜깁기한 것이다.
논문 41쪽의 경우 미국 정보윤리학자인 무어의 주장을 설명하는 부분. 권 씨는 추 교수의 ‘정보사회와 윤리’의 43쪽 두 번째 단락을 통째로 옮기는 방식으로 채워나갔다. 각주에서는 참조 또는 인용이라는 단어조차 없이 8줄이 넘는 분량을 語尾까지 동일하게 베꼈다.
원리중심 윤리학의 이론적 기초를 설명하는 대목인 논문 43~44쪽에서도 한 단락 모두가, 추 교수 저서인 ‘정보사회와 윤리’의 45쪽에서 46쪽으로 이어지는 11줄짜리 단락과 똑같다.
또, 사이버 공간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부분인 논문 59~60쪽은 추병완 교수의 ‘정보윤리교육론’을 표절했다. 추 교수가 98쪽부터 99쪽까지 두 페이지 걸쳐 설명한 내용을, 핵심적인 내용이 담긴 문장만을 퍼오는 형태로 절반에 가까운 분량을 베낀 것. 권 씨는 각주에서는 ‘참조’라고 명기했지만 참조라고 보기에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을 정도였다.
노 아무개 씨의 ‘노인복지실천을 위한 교회의 역할에 관한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ㄷ대 행정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된 이 글 역시 ‘논문’으로 보기 힘들었다. 예컨대 ‘제3장 교회의 노인복지서비스에 대한 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을 설명하는 22쪽과 23쪽은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생이 쓴 ‘한국교회의 노인복지 서비스 현황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의 16~17쪽을 표절했다. 또, ‘교회의 노인복지 프로그램 다양화’를 설명하는 66쪽에서는 고용수 장로회신학대 교수(기독교교육)의 ‘노년학을 배웁시다’의 218~219쪽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송호열 서원대 교수(지리교육)는 “특수대학원의 학생 모집난을 이유로 대학들이 논문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한 쓰레기 같은 논문은 계속 양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 한번의 논문심사, 그것도 논문수정 작업 없이 종심에 들어와도 논문에 대한 지적을 하지 ‘못한’ 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교수가 논문의 수정을 요구하는 행위가 ‘비정상적’으로 비치게 된다.
김왕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논문의 질 관리를 포함해 정상적인 학사관리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현재 각 학과에서 전임교수가 일종의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데, 특수대학원에 전념할 수 있는 인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선 기자 dreamer@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