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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 vs 보부아르
사르트르 vs 보부아르
  • 최승우
  • 승인 2023.02.2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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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배 지음 | 324쪽 | 세창출판사

“‘모험’이라 부를 만한 실험적 사랑, 그리고 공동의 이상”

서로의 가장 깊은 친구, 연인, 조력자였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둘의 관계를 가감 없이 파헤치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둘은 개인적 관계로부터 사회 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를 포괄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이상을 꿈꾸었다.

계약결혼이라는 형태를 통해 삶을 건 이상적 사랑의 관계를 실험한 그들은, 자신들이 형성한 그 기초적 관계를 토대로 사회적 관계 자체의 이상을 그리고자 했다.

그들의 과감성은 단지 이론적이거나 사변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았고 정서적 관계를 넘어 육체적, 사상적 교류의 관계를 총괄하는 것이었다.

서로에게 어떤 비밀도 없게 하자는 계약결혼의 전제에 따라 그들은 자신들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사람과 사랑, 정서, 육체의 관계를 나누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갈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 관계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책은 현대의 기준과 가치관까지도 아득히 넘어선 토대 위에 감행되었던 그들의 관계 실험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면밀히 분석한다.

따라서 그들의 삶이 무엇을 추구했는지, 그들이 추구했던 관계의 ‘이상’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들은 왜 그런 가치관을 추구했는지에 대해 과감하게 밝히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파격적인 형태의 사랑과 관계의 양상을 살피다 보면 처절한 관계의 실험과 그에 따른 갈등과 아픔, 기쁨과 환희까지 우리 자신을 그들의 감정에 대입할 뿐 아니라 현대적인 형태의 다양한 관계적 양상과 우리 자신의 관계의 진정성까지, 총체적인 사고와 생각 속에 절로 동화된다.

계약결혼으로 유명한 둘의 관계의 양상만을 밝히는, 그동안 연구되어 왔던 다른 도서와는 달리 문학적으로 그들의 관계실험이 문학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에 대해서 또한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그 범위 또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저술한 대부분의 책을 총망라할 정도이다.

불문학자인 저자가 직접 번역하여 들려주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사상에 대한 접근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각자의 삶과 사상을 보다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Friend? Enemy?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적이 될 수 있을까?

실험적 관계의 과감함으로 머무르지 않는 해석의 과감함으로 나아가기

그들이 삶을 걸어 감행한 관계의 과감성만큼이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관계를 적으로까지 해석하는 해석의 과감성은 눈여겨 볼 만하다.

사실 둘의 관계는 완전한 적이기보다 그들을 둘러싼 해석의 적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보부아르는 사르트르로부터 독립적인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사상이 있는가? 사르트르가 없이도 보부아르는 그 자체 실존주의자로서 독립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을 사르트르의 제자라고까지 자칭한 보부아르는, 사르트르 전공자들에 의해 다소 보수적으로 해석되어 왔다.

저자 자신도 사르트르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동등선에서 해석할 뿐 아니라 곳곳에서 사르트르 또한 보부아르가 없이는 충분치 않았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듯 해석자들로부터 발생하는 차이가 완벽히 일치해 보이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틈을 지적하는 중요한 기준들로 작용한다.

즉, 이 책은 이와 같은 다양한 해석 자체를 소개하고 허용함으로써 단순한 대립구조를 넘어선 해석의 다양성으로서의 차이를 허용하고 있다. 적으로까지 설정한 관계의 재해석이 그들 관계를 총체적으로 되짚어 보는 해석학적 다양성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친구와 적을 동시에 상정하는 이 관계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에게 있어 더욱 특별한 양상을 띤다.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이자 ‘실험’을 전제로 한 ‘계약’의 형태로서의 관계인 즉, 가장 먼 관계이기도 했던 덕분에 서로를 더욱 잘 알았음은 너무나 선명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존재적으로 가장 가까웠을 뿐 아니라 존재론적으로도 가장 가까웠을 것이다. 그들의 관계를 친구와 적으로서 동시에 상정하는 실험적 가정은 그들이 서로의 관계를 이해한 방식과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그들의 관계를 살피는 방식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들의 관계의 양상을 어떤 책보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선명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스스로를 문학인이라고 정체화했던 두 사람.

각자가 마주했던 삶의 시기들과 현실의 문제들

그들이 문학을 사랑했던 만큼이나 그들의 삶 자체는 문학과 같은 삶이었다. 누구나 이상적 사랑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상과 현실을 분리하여 현실의 기초 위에 살아간다.

그들의 관계 자체가 그러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이상과 현실의 문제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 또한 그러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서로의 상이함이 있었듯 사회적 이상을 추구하는 방식과 태도 또한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공통점 뿐 아니라 이상과 사회 참여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태도 또한 문학으로 승화한다.

이미 언급했듯 저자는 직접 번역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저작들을 다량 인용한다. 단순히 그들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 전반에 흐르는 그들의 사회참여의 문제, 실존주의 철학을 토대로 한 현실 해석의 문제 등이 문학 작품을 통해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밝히기 위해서이다.

즉 저자는 그들의 관심이 시기에 따라 어떻게 이동하게 되었는지와 문학 작품에 흐르는 다양한 관계와 대화와 장치들을 통해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현실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역추적하여 파악한다.

그 가운데서 그들이 사회에 대해 동일하게 파악하고 생각하였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혹은 누가 누구에게 어떠한 영향을 어떠한 계기로 주고받았는지에 대해서 또한 세세하게 분석한다.

만약 누군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삶과 문학을 개괄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학에 흐르는 그들의 공동의 이상과 개별적 이상과 그들의 삶의 태도까지도 총체적으로 살피기 원한다면, 이 책은 그 모두를 포괄하는 가장 안정적인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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