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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문제의 기원을 찾아서
우크라이나 문제의 기원을 찾아서
  • 최승우
  • 승인 2023.02.21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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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정 지음 | 344쪽 | 박영사

박영사, 국내 최초 우크라이나 역사 본격 연구서 ‘우크라이나 문제의 기원을 찾아서’ 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출판사 박영사는 국내 최초의 우크라이나 역사 본격 연구서 ‘우크라이나 문제의 기원을 찾아서(구자정 지음)’를 출간했다.

이 책은 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적인 역사적 배경이 되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문제’의 역사적 기원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한국 역사학계 최초의 연구성과라 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국제정치 측면에서 다루는 서적들은 상당수 나와 있지만 국내에서 연구자가 극히 희소한 대표적인 연구공백지대인 우크라이나의 지역사는 상황이 다르다.

러-우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지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지난 1년간 해당 주제를 다루는 역사서적이 몇 권 출간된 적이 있으나, 이 책들은 원자료에 기반한 깊이 있는 본격 연구성과라 보기보다는 입문적 성격을 가진 해외 개설서의 번역이거나 훈련 받은 전문 역사가의 저작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현 사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과 설명을 기대하던 지식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독자들의 지적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다소 모자람이 있었다. 

박영사가 이번에 내놓는 ‘우크라이나 문제의 기원을 찾아서’의 출간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다.

이 책은 국내의 전문 역사연구자에 의해 쓰인 사실상 최초의 본격 우크라이나 지역사 연구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 문헌은 물론이고, 양 언어의 분화 이전 동슬라브어 자료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문헌을 활용하면서 ‘우크라이나 민족사’라는 인식의 감옥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정체성의 궁극적 기원인 동시에 이웃 러시아와 함께 공유하는 역사적 유산인 ‘카자크 현상’을 다루면서 ‘카자크의 땅, 우크라이나’의 첫 탄생 과정을 역사적으로 깊이 추적하고 있다.

2장에서는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시작된 카자크 운동이 현 동남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자포로지예 셰치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사회조직으로 전화하는 계기와 과정을, 이웃 러시아와 공유하는 동방정교 기반 루시 정체성의 자각과 각성에 주목하며 검토하고 있다.

3장에서는 상기한 카자크 정체성에 기반한 ‘우크라이나 민족의 첫 권리선언, 『루시인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고찰하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가 왜 그리고 어떻게 태동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1장부터 3장까지 이 책 전반부가 이른바 ‘우크라이나 문제’가 나타나게 되는 장기적인 역사적 배경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면, 후반부인 4장과 5장에서는 1930년대와 1940년대 서부 우크라이나에서 나타난 자생적 파시즘에 주목하며 현 우크라이나 사태의 역사적 연원에 보다 가까이 직접적으로 다가선다.

1930년대와 1940년대 서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활동한 우크라이나의 토착 파시즘 집단,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단’과 ‘우크라이나 봉기군’을 다루는 4장에서는, 우크라이나 파시즘 운동의 이데올로기와 태동 배경 및 과정과 이들이 자행한 광범위한 전쟁 범죄에 주목하며, ‘우크라이나 문제’의 직접적 기원 중 하나를 추적하였다.

마지막 5장에서는 서부 우크라이나 할리치나 지방 출신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된 나치 독일의 무장친위대 전투사단 할리치나에 주목하며 한때 ‘악마와의 계약’을 선택했던 오늘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운동의 문제적 과거에 대해 면밀히 고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우크라이나 정체성의 역사적 태동 과정이나 배경 및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운동의 여러 문제적 과거사는 관련 학계에 있는 소수의 전공 역사연구자들을 제외하면 한국사회에서는 그동안 대중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책의 저자 구자정은 책 발간과 함께 서문에서 아래와 같은 특별한 당부를 전한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모순과 혼돈으로 가득 찬 우크라이나 지역사의 여러 문제적 과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조우에 앞서 필자가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역사는 정의와 선이 항상 승리하는 헐리우드 스타일의 히어로 영화가 아니다.

역사는 어떤 팀을 팬심을 담아 응원하는 축구 시합도 아니다.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의식은 바로 ‘무엇이 사실인가?’를 확인하려는 의식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이 ‘우크라이나 문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는 출간 소감을 전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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