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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중복게재 심각 … 연구비 받고도 옛글 그대로
논문 중복게재 심각 … 연구비 받고도 옛글 그대로
  • 특별취재팀
  • 승인 2006.07.18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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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제목이나 일부 내용만 살짝 바꿔 중복 투고 … 업적주의 맹점·도덕적 해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등재(후보)학술지가 중복투고 논문, 짜깁기 논문, 재탕논문으로 그 수준이 심각할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신문이 교육심리·철학 분야를 대상으로 학술지 논문 중복투고, 표절, 짜깁기 실태를 조사해본 결과 불과 4종의 학술지에서 10건에 가까운 유사 사례를 적발했다.                                                                           <관련기사 있음>

그 가운데 중복투고가 확실한 논문은 5편이고, 3편은 기존 논문에 약간의 살을 입혔고, 2편은 박사논문의 한 장을 논문 2편으로 만들어 상당 부분 내용이 중복된 상태로 등재학술지에 실었다.


먼저 완벽한 중복투고의 사례를 보면, 영남 지역 사립대 A 교수는 지난 2001년 교내학술지인 ‘사회과학논총’에 발표한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자기의 발달’을 2년 후인 2003년 등재지인 ‘교육심리연구’에 ‘교육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자기의 발달’이란 제목으로 바꿔 실었다. 내용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동일하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교내학술지에 실었던 논문이라 좀더 많은 전공자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등재학술지에 투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영남지역 사립대 B 교수는 2003년 ‘교육철학연구’에 발표한 ‘John Dewey의 지성 개념에 대한 교육적 담론’이란 논문을 이듬해 극히 일부분만 첨가·수정한 후 ‘교육사상연구’에 ‘John Dewey의 지성에 대한 개념분석과 교육적 논의’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다. 두 학술지 모두 등재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뒤에 게재한 논문은 ‘학내학술지원연구비에 의해 연구되었다’고 명시돼 있어 학술지원금만 받아 챙긴 경우다.


마찬가지로 2003년 충청 지역의 한 국립대 C 교수는 ‘교육사상연구’에 발표한 ‘니체의 교사론 연구-‘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중심으로’를 2년 후인 지난해 당시 등재후보지였던 ‘한국교원교육연구’에 ‘Nietzsche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타난 이상적인 교육자상 탐구’로 중복 게재했다. 본문의 ‘교사’라는 단어를‘교육자’로 바꾼 것을 빼고는 내용이나 표현이 바뀐 게 없다.


또 다른 사례로 2000년 영남지역의 한 국립대 학술지 ‘중등교육연구’에 ‘Piaget의 반성적 추상에 기초한 구성주의 학습의 원리 탐색’이라는 논문을 게재한 D 교수는  2003년 등재지인 ‘교육심리연구’에 비슷한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앞의 논문 중 상당부분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심각하게도 나중의 논문은 2002년 학진 지원을 받은 것이다. 등재(후보)지의 상황이 이러니 여타 학술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는 한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학계의 만연한 업적주의, 어떤 논문이 미발표 논문인지의 기준 모호, 등재지와 비등재지의 위상문제, 교내 학술지를 유지시켜야 하는 절박함 등이 얽혀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철학’ 편집위원인 김창환 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교내학술지라도 엄연히 참고문헌으로 인용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회원자격 박탈이나 한정된 기간 내에 논문게재 불가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학진 지식확산팀 이덕우 씨는 “아직 학술지평가 제도가 논문 내용까지  포괄하지 못하며 논문심사과정과 규정, 심사의 엄정성 등만 전문가들에 맡겨 평가한다”며 “향후 등재(후보)지 평가를 보다 엄격하게 개정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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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훈 2006-07-21 23:31:46
논문을 읽다 보면 이런 경우를 많이 본다. 개선책은 평가자의 실명 공개, 연구자와 동일 학교는 물론 평가자 또한 동일학교 출신이 아니어야 한다. 실명제(논문 말미에 제시)가 되면 누가 엉터리 논문을 엉터리로 평가했다는 불명예를 스스로 노출하는 것이므로 책임이 따를 것이다.
이 주장에 많이 동의 않할 것이나, 하지 않으면 겉으로만 등재학술지가 계속 나오게 된다. 그 경우 심사비와 불필요한 감정만 학계에 만연하게 된다.
이를 잘 시행하기 위해 3년 정도 학술지 평가제도를 보류할 필요도 있다.

editor 2006-07-20 15: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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