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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6] 일본이 멸종시킨 독도 강치, 복원되나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6] 일본이 멸종시킨 독도 강치, 복원되나
  • 권오길
  • 승인 2023.02.2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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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
강치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남획으로 독도어서 사라졌다. 사진 속 강치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캘리포티아 강치의 모습이다. 사진=위키미디어

강치(强治, Zalophus japonicus)는 식육목(食肉目) 바다사자과(科, family) 강치 속(屬, genus)에 드는 바다 포유동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주로 서식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해당 종에 대해 ‘강치’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지만, 국가 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 및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권장하는 명칭은 "바다사자"이다. 또한, 강치라는 이름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2018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간한 국가생물종목록에 기재된 정확한 명칭도 ‘바다사자(sea lion)’이다.  

독도 강치는 수컷은 몸길이가 2.3~2.5m, 체중은 450~560kg이고, 암컷은 1.6~1.8m에 120kg이며, 암컷이 수컷보다 좀 작고, 옅은 회색이다. 독도 강치는 19세기 초 동해안에 수만 마리가 서식했으나 1904년 이후 일본인들이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해 남획하면서 멸종위기에 처했다. 1904년 한 해 동안만 무려 3천200마리의 강치를 잡았고, 1905년에 2천800마리, 1906년에 1천919마리, 1907년에 2천104마리를 남획했다. 2차 세계 대전 때의 잠수함 작전도 바다사자의 서식지 파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옛 사람들은 바다사자를 잡으면 기름을 짜서 호롱불을 밝히기 데 활용했다. 피부와 내부 장기에서 뽑아낸 기름은 한약재로 사용했다. 또한, 눈썹은 담뱃대 소제에, 가죽으로는 피혁제품을 만들었다. 20세기 들어서는 서커스에서 부려 먹기 위해 잡혀갔다고도 한다. 바다사자 고기는 사실 맛이 별로 없었다. 바다사자는 1972년 독도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됐으며, 1974년 일본 홋카이도 북부 레분섬에서 어린 개체가 포획된 것이 마지막 기록이다. 그래서 1994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을 선언했으며, 1991년 일본환경청이, 1994년에는 IUCN이, 마지막으로 2011년에는 한국 정부가 강치(=바다사자)의 절멸(絶滅)을 공인하였다.  

강치는 편평한 모래사장이나 동굴을 좋아하고, 바위가 많은 곳에도 잘 지낸다. 낮에는 대부분 연안(沿岸)의 육지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거나 바다에 들어가 먹이를 사냥하고, 멸치·오징어·꽁치·고등어 등 어패류(魚貝類)를 먹는다. 한반도 동해 해안과 일본 열도 일대 연안에 서식하였으나 특히 독도에 많이 살았다 하여 ‘독도 강치’라고 불렸다. 규슈 연안부터 홋카이도, 쿠릴 열도, 캄차카반도까지, 동해는 한반도에서 사할린섬 남부까지 회유하며, 주로 동해 쪽에 많이 서식했다. 

‘캘리포니아 강치’와 ‘독도 강치’, ‘갈라파고스 강치’는 서로 근연종(近緣種)에 속한다. 독도 강치는 캘리포니아 강치나 갈라파고스 강치보다 몸집이 크다. 또한, 캘리포니아 강치는 북아메리카 대륙 태평양 연안에 서식하고, 갈라파고스 강치는 갈라파고스 제도 해역에 4만 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도 강치는 수컷 기준으로 약 490kg에 달하며, 다른 근연종((allied species)인 캘리포니아 바다사자(Zalophus californianus, 약 300kg), 갈라파고스 바다사자(Zalophus wollebaeki, 약 250kg)에 비해 몸집이 가장 크다.

강치는 가늘고 긴 방추형의 몸에 짧은 귀와 꼬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컷마다 5~10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 하렘(harem) 구조로 무리 지어 생활한다. 수명은 약 20년이고, 5~7년이면 성숙하게 된다. 번식기는 6~8월로 약 11개월의 임신 기간을 가지며, 보통 한배에 1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천적은 상어와 범고래로 알려져 있다.

옛 기록에 따르면 바다사자와 점박이물범은 동해뿐 아니라 발해, 서해에도 살았다고 한다. 바다사자는 독도에서 많이 번식했었으니, 독도에는 주변에 바다사자가 쉬기에 좋은 바위가 많고, 난류와 한류가 뒤섞여 먹이가 풍부하며, 바다사자들의 주요 번식지이자 서식지였다. 조선 시대 자료에 의하면 강치는 울릉도와 독도를 비롯한 동해 연안에서 다수 발견되었고, 울릉도와 독도인근에 서식한 바다사자들은 가지어(可之魚), 가제, 강치(江治), 수우(水牛) 등으로 표기되었는데, '가제'는 주로 동해 사람들이 부르는 명칭이고 '강치'는 북해(北海) 사람들이 부르는 명칭이라 한다.

2007년에 대한민국 환경부는 남북한과 러시아, 중국이 협조하여 독도 바다사자를 복원(復元, reconstruction)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 조사 연구가 국립환경과학원에 일임되었고, 지금까지 국내외 연구진에 의하여 국내에 존재했던 강치에 대한 종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독도에서 강치를 잡고 있는 일본 어부의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한편, 최근 부산대 해양연구소 소속 연구진은 독도 가제굴에서 발굴된 독도 강치 유골에서 유전자 분석에 성공해 독도 강치가 ‘Zalophus japonicus’ 임을 세계 최초로 구명한 바 있다. 같은 바다사자 속(Zalophus)에 속한 현존하는 근연종으로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와 갈라파고스 바다사자를 '강치 복원'의 방안으로 검토된 바도 있었으나, 해당 종들은 바다사자와는 종(種) 단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결론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란 잘못을 저지른 쪽에서 오히려 남에게 성냄을 비꼬는 말이다. 일본은 대한민국이 독도를 요새화하는 과정에서 독도에 서식한 바다사자를 모두 멸종시켰다고 주장하고, 또 독도에 주둔한 민간조직인 독도의용수비대의 대원들도 식량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때 섬의 바다사자를 잡아먹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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