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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세평] 한일회담과 한일 경제관계
[신문로세평] 한일회담과 한일 경제관계
  • 이종윤 한국외대
  • 승인 2001.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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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3 11:32:38
이종윤 / 외국어대·경제학

금번 김대통령의 방일에 의한 한·일간 경제회담은 현시점에서 한·일간에 협력을 요하는 경제현안을 중심으로 그 발전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고 하겠다.

한·일간에는 심각한 무역불균형 문제가 있으며 또한 1997년에 밀어닥친 동아시아의 외환위기 및 경제위기에 따른 지역내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급부상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처방향으로 소재, 부품산업을 중심으로 일본기업의 對韓유치 및 원활한 유치를 위한 한·일 투자협정의 체결논의, 한·일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을 위한 양국 비지니스포럼의 설치 등이 논의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일간에는 무역 불균형이 확대·심화돼 왔으며 그 해결방안으로써 일본의 對韓 기술이전 및 투자의 획기적 증대를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한 일본측의 입장은 한국기업인의 신뢰성 문제 내지는 강성 노조의 문제를 들어 극히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IMF관리체제로 된 이후 한국의 기존 경제시스템은 크게 변화되고 있으며 따라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투자환경도 크게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투자환경개선의 연장으로서 한·일투자협정이 체결되면 일본기업의 대한유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완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제도의 정비로서 일본의 對韓 투자가 획기적으로 증대되며 이에 따라 한국의 대일역조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종래 일본기업의 對韓 투자가 대일역조를 축소시켰다기보다는 오히려 확대시켜왔다는 사실이다.

일본기업의 대외투자는 주변기술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핵심기술이 체화된 자본재, 부품류를 일본으로부터 가져오지 않으면 안되게 돼 있으므로 일본기업의 對韓 투자는 대일수입을 오히려 증대시키게 한 것이다.

그러면 일본기업의 對韓 투자가 한국의 대일역조를 축소시키고 한·일간 무역을 지금의 수직적 관계로부터 수평적 관계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요구되는가? 이에 대한 접근방향으로서는 무엇보다 일본상품의 가격이 내외가격차가 없어질 정도로 일본경제에 내재하는 제 형태의 비관세장벽을 철저히 제거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이 실효를 거두게 될 때 비로서 비관세장벽의 존재로 인해 온존하던 적지 않은 산업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해외진출을 본격화시키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일간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의 대일역조는 더욱 심화되고 한국경제가 일본경제의 지배구조 하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일 각각의 경제조직을 그대로 둔 채 단지 표면적인 내용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철폐시키는 류의 자유무역지대화라면 그렇게 될 개연성을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곧 일본의 경제조직이 상당히 변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원-셋트형 산업조직, 중층적 하청조직 및 복잡하고 난해한 유통조직의 존재 등, 말하자면 일본 특유의 비관세장벽이 강력하게 남아있어 외국상품의 일본침투를 극히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여건을 그대로 둔 채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게 되면 한국상품의 일본시장 침투는 어려우면서 특히 유치단계에 있는 한국의 첨단산업은 일본제품의 침투로 크게 위축될 것이다.

1997년에 밀어닥친 외환위기,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역내국가들은 동아시아 차원의 경제협력체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 때 만약 동아시아도 NAFTA나 EU와 마찬가지로 역내 경제협력체가 형성돼 있었다면 그와 같은 경제적 재난을 피하거나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가령 역내 각국이 가진 외화보유고의 일정 비율을 갹출, 공동기금을 만들어 특정 국가의 외환위기 발생시 그 기금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정비돼 있었더라면 그 이후의 전개과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동아시아 국가들이 그처럼 가혹한 경제적 시련을 격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완전경쟁을 표방하는 WTO체제하에서도 NAFTA나 EU의 존재가 인정된다면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국가들도 역내차원의 경제협력체를 필요로 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협력체의 창설을 추진시킨다고 할 때 그 존재의 필요성에 있어서나 추진시킬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의 면에 있어서 추진주체로서는 한·일이 가장 적합하다.

이 때 한·일이 강력한 추진주체로 되기 위해서는 양국간 협력체제의 일층의 강화, 더 나아가서 가장 강력한 협력형태로서 상호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한·일간 자유무역지대의 창설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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