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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여는 미래, 다양성이 핵심이다
과학이 여는 미래, 다양성이 핵심이다
  • 문애리
  • 승인 2023.02.20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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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문애리 논설위원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덕성여대 약대 교수

 

문애리 논설위원

과학기술이 국제사회의 패권을 좌우한다는 기정학(技政學) 시대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CT 전시회인 CES가 매년 전 세계 기술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는 그 어떤 것보다도 ‘다양성’이 화두였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기술혁신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목소리와 가치관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변화가 전 세계, 지역 사회 곳곳에서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커져, 예전처럼 똑똑한 어느 한 집단의 통찰만으로는 모든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해졌다. 오히려 오류에 빠질 위험도 크다.

다양한 경험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진정으로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오고 문제해결의 역량이 높아진다. 2020년 맥킨지가 발간한 ‘다양성이 경쟁력이다(Diversity wins)’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다양성이 높은 회사가 생산성이 높을 가능성이 25% 더 크다고 한다. CES가 다양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은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을 위해 학문을 연구하고 미래 사회에 기여할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다. 그 어떤 분야보다 더 선도적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미래 인재교육 차원에서 사회가 다양성을 원하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 시대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산업 일꾼이 필요했다면, 현재 기술패권 시대에는 다양한 창의적 융합 인재가 필요하다. 미래 인재는 자신과 다른 성별, 배경과 조건,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교육하고 양성해야 하는 대학에서 다양성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진리를 탐구하는 학술연구 차원에서도 다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성별 편향된 동물실험·임상시험의 문제점은 매우 심각하다. 다른 피부색이나 여성의 목소리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인공지능(AI) 사례도 있다. 이와 같이 과학 연구에 있어서 성별·젠더 다양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소홀히 여겼던 분야가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는 것이다. 

다양성을 ‘능력주의’와 대립적으로 보는 일부 시각도 있다. 그러나 최고의 성과를 원한다면 능력주의만큼 다양성을 중시해야 한다. 다양성은 공존을 위한 생존 전략인 것이다. 자연 생태계를 살펴봐도, 돌연변이 개체가 많이 섞여 있을수록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생존할 확률이 높다.

한 대학의 다양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태학적 다양성이 가장 낮은 집단이 교수사회라고 한다. 대학과 교수사회가 앞장서서 다양성, 포용성을 위한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야 할 때이다.

근래에 여러 대학에서 다양성 기구가 만들어지고 있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대학은 다양한 인재들이 한 데 모여, 저마다의 개성과 의견을 존중받는 조화로운 학문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확산되어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대학 사회가 앞장서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문애리 논설위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덕성여대 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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