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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만 주도권 있어 산업체 참여 미흡”
“대학에만 주도권 있어 산업체 참여 미흡”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07.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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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있는 인재 양성 요원 … 공동 연구에도 부적절

누리사업은 지역의 전략 산업과 연계된 산업체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누리사업에 대응자금을 투자하며 참여하고 있는 산업체와 대학 간 협력은 그리 활발하지 않다.

대응투자를 하는 산업체들은 대체로 ‘인력 수급’ 쪽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메카트로닉스 융합기술인력 양성사업단(중심대학 경북대)’에 참여하고 있는 만도(주)는 “대학원생 위주로 운영되는 BK21사업과 달리 누리사업은 학부생 위주다 보니, 공동연구를 하기에는 미흡한 것 같다”라며 “전자 쪽 우수인력이 필요해, 경북대와 인력 수급을 위해 만도트랙을 맺고 누리사업단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첨단영상·게임산업 전문인력 양성 사업단(중심대학 목원대)에 참여하고 있는 지란지교 소프트도 “인력 수급”을 참여의 주 목적으로 꼽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인력수급’이 그리 용이하지 않았다. A 사업단의 ‘가’ 참여업체는 “지방 사립대 학생의 경우, 업체에서 자금까지 지원해가며 인력을 데리고 갈 정도로 전문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아 채용이 꺼려진다”라고 말했다. 몇 번 같이 프로젝트 작업을 해 보았지만, 작업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전문성은 없었다고 말한다. 차라리 학생 여러 명 보다 전문 인력 한 사람이 하는 게 낫다는 것.

B사업단에 총 29억을 투자하기로 했다가 6억을 투자하고 참여를 그만하기로 결정한 ‘나’ 업체는 “학교에서 인력이 오면 사실 잡다한 일들만 시키게 되고 중요한 업무들은 시키지 않게 된다”며 “아르바이트 학생과 같은 일을 시키는데 무슨 전문성이 생기겠냐”고 말했다. 덕분에 인턴십 제도나 산업체 현장 교육을 통해 전문성이 길러지기 만무하다는 것.

‘나’ 업체 관계자는 “노동집약적 업무는 도움이 많이 되지만, 그렇지 않고 전문성이 필요한 인재 양성에서는 누리사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커리큘럼의 전문성 확보인데 기업은 여기에도 불신을 품었다. ‘나’ 업체 관계자는 참여대학에 ‘c언어’를 잘 가르치는 기업 강사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강의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그 강사의 학력이 ‘학사’라 곤란하다며 대학에서 이를 거절했다. 이 관계자는 “그 강사는 삼성에서도 데려다 강의를 시키는데 대학은 학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전문성 있는 강의가 어려움을 알았다”고 말했다.

공동연구 부문에 있어서도 누리사업은 용이하지 않다. 지란지교 소프트 관계자는 산학협력을 통한 공동연구와 관련해서는 “영상 기술이라는 분야가 산학협력을 통해 도움받을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참여부터도 어떤 기대를 하고 참여했다기보다는 지역 교수님들과의 인맥에 의해서 참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동연구가 되지 않는 것은 밀접하게 관련 없는 업체가 참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학산업인력양성사업단(중심대학 공주대)’에 참여하고 있는 남양유업은 “학생들에게 직장 생활 이전에 경험을 제공하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참여하고 있는 누리사업단이 화학 계통이다 보니 축산·낙농과 관련한 유가공 공장인 우리 업체와 공동 연구를 하기에는 차이가 있어 애초 공동연구는 참여 목적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관련없는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은 관련 사업단의 치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누리사업에서 산업체의 참여가 미미한 것은 “주도권이 대학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요구사항이 기업에서 나와야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할텐데, 자금의 흐름이 대학으로 들어가서 기업을 참여시키는 일방향성이 큰 것이 산학협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꼭 자금이 아니더라도 “사업의 기준을 대학에만 맞추고 기업이 3백65일 대응가능한 체제로 보고 추진하는 누리사업”의 문제를 지적한 기업도 있었다. 한 사업단에 1년에 2억씩 1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이 기업은 “기업의 주목적은 기업경영이고, 산학은 부수적인 것인데 프로세스를 산학에 놓고 있어 기업에 과다 업무를 발생시키는 점이 애로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은 “사업을 추진하다가 한 번 짜놓은 계획이 효과가 떨어질 것이 예상될 경우 에도 정부 발 사업인 만큼 그대로 가야하는데 이건 낭비적일 수도 있다”며 융통성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 namu@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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