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어교육은 철저하게 고전 중심이다. 일본은 영어교육이 문법과 작문을 맡고 국어교육 고전과 한문에 집중한다. 한국의 논술고사에 해당하는 시험을 일본의 일부 대학들에서는 영어로 본다. 英語長文이라는 시험과목을 준비하기 위하여 학생들은 일어로 논술을 훈련하고 다시 그것을 영어로 번역하는 연습을 한다. 교사지침서에는 학생들의 사고력을 기르기 위하여 일본의 특수성을 강조하지 말고 서양의 보편성을 가정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부기되어 있다.
한문과 고전은 대충 건너뛰고 국어는 논술 중심으로, 영어는 회화 중심으로 가르치는 한국의 언어 교육은 학생들을 배려하는 학생 중심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5년 동안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미국인이 한국 학생들의 영어가 피상적이라고 비판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학생들과는 영어로건 한국어로건 진지한 대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의 후기에서 프랑스 사람들의 사고를 하나마나 한 兩非兩是論으로 타락시킨 원인이 바칼로레아의 논술고사에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레비스트로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럽의 표준에 맞추어 한국의 논술고사를 국제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일의 수학능력고사인 아비투어의 경우, 논술시험에 8절지 4장을 나눠주고 330분 즉 5시간 반을 쓰게 한다.
오전에 세 시간 오후에 두 시간 반을 주고 200자 원고지 40장 분량을 쓰게 하는 것이다. 각 주의 교육청은 2년 전에 고등학교에 기초 書目과 출제방식을 알려주는데 그 기초 서목에는 괴테와 실러, 토마스 만과 우베 욘존의 책이 들어가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겨우 원고지 10장을 적어내라고 하니 유치한 논술용 안내서가 범람하게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 개혁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한자·한문 교육을 강화하고 논술채점에서 어휘의 오용을 엄격하게 점검한다. 둘째, 국어교과서를 각 시도 교육청에서 제시하는 기초 서목으로 대체한다. 셋째, 시험 시간을 4시간으로 늘리고 논술의 분량을 원고지 20장 정도로 늘인다.
김인환 / 논설위원·고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