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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누리사업 교수 참여, 왜 미흡한가
초점 : 누리사업 교수 참여, 왜 미흡한가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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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없이 희생 요구 … 잡무 부담 커

누리사업은 잡무가 많은 ‘일거리 사업’이다. 단장의 경우 사업단마다 다르지만 10~20개 정도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고 이에 따르는 학생 관리, 문서 작업 등 할 일이 산더미다. 참여 교수들도 참여 정도는 다르지만 교과과정 개발, 교재 개발, 산학협력 프로젝트 수행, 연구인력 관리 등 별도 업무가 생긴다. 평가기간이 되면 좀체 연락되지 않는 졸업생들의 취업 현황을 알아내기 위해 종일 전화통을 붙들어야 하기도 한다.


‘초일류 모바일·디스플레이 산업인력 양성 사업단’의 권우현 단장(중심대학 경북대)은 “누리사업에 참여하면 부가적으로 생기는 잡일이 많은데 이런 일들이 업적 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개인 연구에는 차질을 준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다른 보상 체계 없이 참여 교수의 적극성이 필요한 프로그램에 참여를 유도하는 일이 힘들다”라고 말했다. 지방 인재 양성을 위한 국책사업인 ‘누리사업’이 참여 교수들의 ‘봉사정신’과 ‘헌신’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첨단기계산업기술혁신인력양성사업단’의 이건명 단장(중심대학 경상대)은 “졸업하기 전에 제품을 직접 설계해서 제작까지 하는 ‘종합 설계’의 경우 교수들의 적극적인 학생 지도가 더 우수한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다른 동기 유발 요인이 없기 때문에 교수들의 봉사정신을 바랄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교수에게 보상한다고 해도 미미한 정도다. 가령, 교재 집필 등에 교재개발비로 원고료가 지급되고 있지만 액수가 작다. ㅎ대 교재개발비는 규정에 따라 최대 2백만원이다. 총 3백여 페이지의 교재를 누리사업의 일환으로 집필한 한 교수는 규정에 따라 2백여만원 정도의 원고료를 받았다. A4 한 장당 원고료로 환산하면 6천원 가량이다.


교재 집필보다 논문 한 편 쓰는 것이 업적 평가 등에 훨씬 높게 반영되는 상황에서, 교재 집필이 논문만큼 혹은 논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상으로는 적다. 이런 교재개발비 수준은 사업단마다 거의 비슷해 양질의 교재 개발이 이루어지려면 보다 합리적인 ‘교재개발비’가 필요하다고 교수들은 지적한다.


헌신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 사업단의 팀장은 “꼼꼼한 사업평가를 위해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면 외부평가위원에게는 평가료를 주고 내부위원들에게는 주지 않는다”며 “평가가 형식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차세대 소재부품인력양성사업단’의 김규호 팀장(협력대학 영남대)은 “교육부는 자기 학생들 가르치라고 정부가 자금지원이라는 특혜를 주는데 거기에 교수 수당까지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교수로서는 과외 업무는 쏟아지고 업적 평가 기준은 강화되는데 인센티브도 없고, 평가에 반영되지도 않는 일에 전력을 다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나 누리사업 지원을 맡고 있는 학술진흥재단은 “대응자금을 통해 적절하게 교원수당을 지급하면 된다”라는 입장이지만, 현실성이 부족한 방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응부담금을 교원 수당에 사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기계·우주항공교육사업단’의 김재수 조선대 교수는 “대응자금이라고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산업체나 지자체 등은 기자재 구입, 연구 지원 등의 특정 목적을 정하고 주는 것이다”라며 “어느 외부기관이나 기업이 교수인건비로 대응자금을 제공하겠냐”고 반문했다.


이는 학교 대응자금 역시 마찬가지여서 “학교 입장에서는 이미 정부 지원을 받는 학과에 굳이 대응자금을 통해 교수 수당을 지급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대응자금을 통한 교원 특별 수당을 지급하기란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 힘들다”라고 말했다. 또한 계약직 교원을 임용했을 때 전임교원 증가분을 넘어선 계약 교원 임용 시에는 인건비를 대응자금에서 충당하거나 다른 사용처가 있어, 이를 통한 기존 교원 수당 지급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교수들은 자금 지원뿐 아니라 업무 경감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인찬 군산대 누리사업팀장은 “적어도 팀장이나 단장, 참여 간부들의 수업 시수 정도는 경감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대학들이 팀장과 단장의 수업시수를 경감해주지만 이것이 의무조항은 아니어서 군산대처럼 누리사업단의 팀장 역할을 하면서도 수업시수가 경감되지 않는 대학이 있는 것. 이런 경우 많은 일과 함께 수업까지 일반 교수들과 같은 양으로 진행하게 된다. 물리적 한계로 둘 중 하나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 김 교수는 “교육부에서 학교에 팀장과 단장의 수업시수 경감을 권장하고 있는데, 권장이야 들어도 그만 듣지 않아도 그만이므로 명문화된 지침이 있어야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amu@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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