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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기로에 선 중국의 언어정책, 공자학원의 향방은
[글로컬 오디세이] 기로에 선 중국의 언어정책, 공자학원의 향방은
  • 김주아
  • 승인 2023.02.16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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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나라가 강하면 언어도 강해진다(國强, 則語言强).” “국가의 하드파워가 언어의 국제적 전파를 좌우한다.” 즉, 국가의 하드파워가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소프트파워가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중국의 판단이다.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전 세계에 세워진 ‘공자학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중국의 자국어 보급정책이 공자학원을 통한 외국인을 위한 중국어와 문화교육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실상, 중국은 교육유형과 대상에 따라 다른 용어와 접근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통칭 ‘중국어’라고 부르지만, 중국에서는 교육대상과 교육범위 및 교육목표에 따라 ‘한어(漢語)’, ‘중문(中文)’, ‘화어(華語)’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언어와 문화를 통한 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전략은 지난 40여 년 동안 중국이 추진해온 국가전략이다. 1980년대 초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40여 년 동안 ‘중국어 교육’은 몇 차례의 개혁과정을 거쳤다. 먼저, 잘 알려진 ‘대외한어교학’ 단계에서 ‘한어국제교육’ 단계, 그리고 ‘국제중문교육’ 단계로 정책적 변화를 거쳤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어 교육의 1.0시대, 2.0시대, 3.0시대라고 지칭하며, 이제 ‘중국어 교육 3.0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번에 관련 정책을 수정한 배경에는 중국정부의 자국어 보급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의식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은 전방위적인 중국 발전 억제 전략을 실시해 『국방수권법』에 따라 ‘공자학원’과 미국정부가 추진하는 ‘Chinese Language Flagship(中文領航項目)’ 중 양자택일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기존에 공자학원을 운영하던 대학들은 미국 국방부가 주도하는 중국어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공자학원을 폐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중국의 자국어 보급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높아지면서, 중국에서도 단순히 ‘언어’에 관한 연구와 ‘전파’에 집중하기보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해외 언어정책에 반영하고자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새롭게 개편된 ‘국제중문교육’은 ① 국제정치와 경제, 문화가 중문교육에 미치는 영향, ② 국제중문교육 학과의 이론 시스템 구축, ③ 국제중문교육 시스템, ④ ‘3가지 교육(교사, 교육 자원 및 교수법)’ 문제, ⑤ 프로젝트 관리, ⑥ 전형적인 사례, ⑦ 중국어 국제 커뮤니케이션, ⑧ 국제 중문교육에서의 기술 응용과 같은 다양한 연구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기존 정책과의 차별점은 바로 ‘국제정치와 경제, 문화가 중문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포함시킨 것이다. 즉, 공공외교 정책임에도 기존의 연구가 주로 언어학을 필두로 한 ‘중국어 보급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새로운 정책에서는 사회과학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보급 방법’으로 개편됐다. 

수정된 정책 방향에 맞게 2020년에는 ‘국제중문교육’의 관리체제도 대폭 개편했다. 따라서 기존의 ‘중문교육’ 업무를 총괄하던 ‘공자학원 본부’와 ‘국가한판’이라는 두 기관의 명칭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새롭게 간판을 내걸고 업무를 주관하는 기관으로는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와 ‘중외언어교육센터’가 있다. 이처럼, 최근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외언어정책인 ‘국제중문교육’에 대해 중국 학계에서는 ‘국가전략에 긴밀히 봉사하는 사업’이자 ‘전도유망한 학과’라고 소개하고 있다. 즉, 중국의 국가 소프트파워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 대외언어정책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예전에는 ‘외국인을 위한 중국어 교육’과 ‘화교·화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어 교육’을 분리해서 관리했다면, 국제중문교육을 통해 이 두 가지 유형의 교육을 통합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운영과정을 통해 드러난 현실적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과 대외언어정책의 이미지 회복 및 전략적 전환에 따른 조치로 예상된다. 첫째, 현실적인 문제점으로는 해외 화교·화인사회가 ‘구이민과 신이민’, ‘화교와 화인’, ‘1·2세대와 후속세대(3·4세대 등)’로 다양해지면서 단순히 교육대상을 기준으로 교육유형을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 화교·화인이지만 중국어를 외국어로 습득하고자 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둘째, 대외언어정책의 이미지 제고의 측면에서 보면, 최근 공자학원을 통한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에 대해 반감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따라서 공자학원의 명칭을 수정하는 대신 그 관리체계를 대폭 수정함으로써 미시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측면에서 국제중문교육을 통합 관리하고자 한다. 

셋째, 소위 전략적 전환은 중국정부의 소프트파워 전략에 대해 일련의 의구심을 제기하는 비중국계 학습자보다는 중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적극적이고 호의적인 중국계(화교·화인) 학습자에 대한 언어문화교육을 확대함으로써, 중국의 문화적 영향을 더욱 효율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는 정략적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김주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베이징 어언대에서 응용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어와 문화 및 화교·화인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응과 신(新)지식』(공저·2021), 『한중수교 30년, 한중교류의 도전과 과제』(공저·2022)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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